하동군[아삭!] 카페 일의 반은 설거지와 청소, 하지만 '로망'은 그대로! _하동읍 <카페하동>

지리산이음
2023-12-11

카페 일의 반은 설거지와 청소, 하지만 '로망'은 그대로!

하동읍 <카페하동> 김다은 대표


글 / 은동
사진 / 은동, 카페하동




카페 오픈 2시간 전쯤, 다은을 <카페하동>에서 만났다. 막 인터뷰를 시작했는데 군인 두 명이 들어왔다. 아직 카페가 오픈 전인 줄 몰랐나 보다. 


다은은 양해를 구하고 카운터로 갔다. 주문을 받으며 카페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손님들과 자연스럽게 스몰토크를 이어갔다.
손님들을 보내고 다은은 다시 자리에 앉았다. 



소개로 시작해 볼까요? 

<카페하동>을 운영하는 김다은이라고 합니다. 태어난 곳은 부산이지만, 어린 시절 경기도 양평으로 이사해서 하동 내려오기 전까지 살아서 사실 거기가 고향 같아요. 부모님 일 때문에 하동에 왔어요. 5년 전이네요. 마침 저도 하던 일을 그만둔 시기였죠. 


하동 내려오기 전에는 어떤 일을 했어요? 

군인이었어요. 해군 부사관이었는데 항공기를 타는 직별이었어요. 헬기를 타고 음파 탐지 기계를 바다에 내려 잠수함을 탐지하는 거예요. 저 때에는 여군은 3년이 의무복무 기간이었는데, 딱 3년만 하고 제대 지원했어요. 


굉장히 특이한 경력이네요. 해군인데 헬기를 주로 탔다는 것도 그렇고요. 그리고 안정적이라 할 수 있는 직장을 바로 그만뒀어요. 

저랑 맞지 않는다는 걸 바로 알았어요. 군대는 무조건 명령에 복종하는 계급 사회잖아요. 자유가 없었어요. 퇴근 후의 개인 시간조차 확보할 수 없었죠. 그래서 아무것도 모르는 나이에 첫 사회생활을 정말 호되게 해서 그럴까요. 제대 이후의 제 삶은 너무 행복한 느낌으로 가득한 거예요. 웬만한 일은 어렵단 생각이 들지 않아요. 그때의 경험들… 예를 들어 감정을 컨트롤하는 법이랄까, 그런 것들을 배웠죠. 그 시간을 통해 제가 좀 강해진 것 같아요. 감사하죠. 그런 특별한 경험을 어린 나이에 할 수 있었잖아요. 







이제 진짜 카페 얘기 좀 해보죠. 카페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하동에 내려왔지만, 엄마가 좀 편찮으셔서 처음에는 집에서 엄마만 돌봐드렸어요. 엄마가 좀 괜찮아지셨을 때 그제야 하동이 눈에 들어왔어요. 송림공원도 가보고 하동 구석구석 돌아다녔어요. 이웃 마을 분들이 농사를 지으시는 분들이 많으신데요. 딸기, 바나나, 파프리카, 블루베리 등등 이것저것 먹으라고 저희 집에 많이 가져다주셨어요. '하동이 정말 다양한 과일들이 풍부하게 나는 곳이구나' 하는 것을 그때 알았어요. 이런 로컬 과일들로 메뉴를 만들어서 카페 하면 좋겠다, 재밌겠다고 생각해서 카페를 시작했어요. 그때 마침 청년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있고 해서 지금 이곳에 좋은 조건으로 들어왔어요. 얼마 전이 <카페하동> 시작한 지 5년째 되는 날이었네요. 


다은 씨는 원래 손맛이 있는 사람이었나요? 

손맛은 잘 모르겠고 엄마가 요리를 잘하셔서 맛에 대한 감각은 좀 있다고 생각해요. 입맛이 예민한 편이죠. 제 주관적인 기준으로 메뉴를 만들어요. 예를 들어 커피도 전 산미가 강한 커피를 좋아하지 않아서 제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블렌딩한 커피를 서비스해요. 어차피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는 없어요. 평균적인 기준에 맞추려고 하면 제가 너무 힘들어요. 제가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고, 그걸 좋아하는 분들이 제 카페에 더 자주 오면 되는 거라고 생각하며 일해요. 공간의 인테리어나 판매되는 소품도 그렇듯, 음식도 철저히 제 취향과 기준으로 만들어요. 그래서 그런지 일하는 데 큰 스트레스가 없어요. 


<카페하동>은 시즌 메뉴가 많은 것 같아요. 이곳의 살구쥬스는 제가 지금까지 먹어 본 가장 맛있는 카페 음료 중 하나예요. 

11월부터 5월까지 딸기가 나와요. 시그니처 메뉴도 딸기라떼예요. 딸기 끝나면 블루베리, 백향과가 나오죠. 여름에 잠시 살구와 복숭아 나오고요. 그렇게 계절별로 나오는 과일로 시즌 메뉴를 만들어요. 





<카페하동>을 시작하고 다은 씨 삶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이 공간을 통해 좋은 사람들을 너무 많이 만났어요. 전 하동에 전혀 연고가 없는 사람이잖아요. 손님 중에 왠지 저랑 마음이 통할 것 같은 사람이 있어요. 그럴 땐 마음을 열고 얘기하죠. 그러다 보면 정말 친하게 되는 경우도 있고, 그 사람들이 또 소문을 내주고 또 다른 사람들이 찾아오고 그래요. 특히 <카페하동>이 하동 청년들에게는 사랑방 같은 느낌인 듯해요. 굳이 약속하지 않더라도 여기에 오면 반가운 친구들을 만나기도 하고 그렇죠. 


<카페하동>이 지역민에게도 인기 있는 곳이 된 이유가 있을까요? 

제가 다른 사람에게 편안한 느낌을 주는 사람인 건 맞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건 제가 항상 생각하는 부분인데요. 나이는 정말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편견이 없고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얘기하며 사람에 대해서 알아가는 게 너무 재밌고 또 소중해요. 제 친구 중에 옆 아파트에 사시는 할아버지 한 분도 있어요. 정말 특이한 분이신데 우연한 기회에 친한 친구가 됐어요. 


요식업 자영업자의 고단함에 대해 말해주세요. 워라밸이 불가능하지 않나요? 

카페 일의 반은 설거지와 청소예요. 일반적으로 상상하시는 카페 일의 로망이 있잖아요. 그러나 보이는 게 다가 아니에요. 설거지가 진짜 많은 부분을 차지해요. 메뉴 개발도 해야 하고, 계절마다 청도 부지런히 담가야 하고, 규모가 작다고 일이 많지 않은 것도 아니고요.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의 경우는 그 로망의 많은 부분이 실현되었다고 생각해요. 워라밸이 저의 경우는 가능해서 그런 것 같아요. 일과 삶에서 저는 삶이 좀 더 우선이에요. 제가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그게 다 손님에게 전달되는 걸 알기 때문에 제 삶이 특히 건강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몸이 안 좋으면 양해를 구하고 가게 문을 닫고 집에서 쉬어요. 물론 영업시간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카페하동>은 1인 사업체이기 때문에 지치지 않고 일하려면 제 컨디션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해요. 제 좋은 기분은 그대로 손님에게 전달되고요. 






오픈 예정인 <계절열매>에 대해 말해주세요.

2023년 9월 오픈하는 <계절열매>는 <카페하동> 2호점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카페하동>의 스타일로 매장을 꾸미고 운영하지만, 음식은 예나라는 친구가 맡아서 해요. 경기도 하남에서 꽤 큰 카페에서 디저트 총괄쉐프였어요. 인스타로만 소통했는데 어느 날 제 카페에 손님으로 불쑥 찾아왔죠. 얼마나 놀랐던지! 예나는 집으로 돌아가서도 하동이 계속 생각났대요. 진짜 자기 일도 하고 싶었고요. 그렇게 <계절열매>가 자연스럽게 시작되었죠. 아직 예나랑 서너 번 만난 게 다예요. 


걱정을 많이 하는 스타일은 아닌가 봐요. 

제가 진짜 그래요. 생각이 너무 많은 사람이 아니에요. 일단 시작해 보고 고민하자는 스타일이죠. 행동이 먼저고 다른 사람의 의견이나 조언에 많은 영향을 받지 않아요. 사람을 사귈 때도 제가 먼저 겪어보고 그 사람을 판단하지, 누군가가 ‘저 사람은 저런 사람이야’란 말을 들어도 마음에 담아두지 않아요.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살 것 같아요. 지금까지 쭉 그랬던 것처럼 그냥 일단 먼저 부딪치며 경험해 보려고요. 고민 많이 한다고 달라지는 건 별로 없더라고요. 






위치  |  하동군 하동읍 군청로 24 상가동 104호
오픈  |  12:00~18:00 / 토, 일 휴무
메뉴  |  아메리카노 3,500 / 카페하동와플 15,000
연락처  |  Tel. 0507-1313-9106 / IG. @cafe_hadong





글 쓴 사람. 은동

하동 악양 실거주민. 바라는 건 '은은하게(은) 끊임없이 움직이는(동) 사람-되기'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의
지역 밀착형 유기농 매거진
< Asak! 아삭 >

 Coming Soon 2024.01


Goal!

🎯 우리가 아는 지리산권을 말하기
🎯 기웃거리고 싶은 마음 만들기
🎯 활동의 연결지점 만들기




아삭은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에서 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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