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과분한 호의와 환대를 제가 어찌 수렴해야 할까요?
활동가 지원이라는 것들이 연구나 사업 명목을 걸거나 공모로 보통 진행되는지라 말만 지원이지 활동가를 더 축내는 경우가 많은데 인터뷰와 사진, 캠프까지 이어지는 '변화를 만드는 사람들’ 프로젝트는 활동가를 지원한다는 것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멋진 프로젝트가 아니런지요.
참가하는 동안 여러 측면에서 명쾌하고 상쾌함을 보았습니다. 고맙습니다.
변화를 먼저 만드는 프로젝트 기획 4인방에게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보냅니다.
2박 3일 간의 캠프C가 끝나고 피플포체인지팀에게 장문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감사와 감동으로 퉁 치기에는 다소 벅찬 기분마저 들었다.
뭘 해도 지리산 덕분에 70점은 거저 받는다는 누군가의 말처럼 장소와 공간의 힘일까?
마지막 힘을 내 가을 산을 빨갛게 물들이는 단풍 때문일까?
아마도 그건 좋은 변화를 위해 연결된 사람들 덕분이겠지.
더 늦기 전에 2박 3일 간의 캠프C를 돌아봐야겠다.
(사진촬영 : 바라봄사진관)
캠프C?
변화를 만드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캠프C는 다양한 지역, 다양한 분야, 다양한 방식으로 변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서로를 지지하고 응원하고 연대하는 모임이다. 캠프C를 준비하며 피플포체인지팀은 ‘행사가 아닌 모임’으로 모두가 함께 즐기고 안전하고 건강하게 교류하는 자리를 만들자고 약속했다.
첫 번째 캠프C는 기후위기를 뛰어넘기 위해 지역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사람들, 새로운 전환의 방식을 모색하는 사람들과 연결된 30명이 함께 한다. 11월 12일 금요일 오후, 우리는 지리산권의 작은 마을 남원시 산내면에 위치한 작은변화 베이스캠프 <들썩>에 모였다.
캠프C 첫째날 2021년 11월 12일
1부. 만남과 인사
광주에서 아침 일찍 출발한 이세형님이 들썩에 가장 먼저 도착했다. 뒤이어 홍성, 경주, 통영, 서울, 안산, 용인, 대구, 부산, 인천, 남양주, 강릉까지. 제주를 제외한 모든 권역에서 변화로 연결된 사람들이 캠프C를 찾아 왔다.
(사진촬영 : 바라봄사진관)
“캠프C는 행사가 아니라 모임입니다.”
진행을 맡은 조아신님의 인사로 캠프C 문을 열었다.
첫 만남은 어색할 수밖에 없었다.
자기 소개와 캠프C에 오게 된 동기, 로컬이야기 카드 질문으로 서로를 조금씩 알아가기로 했다.
“그냥 발표하고 듣는 자리였으면 오지 않았을 거예요.
인터뷰했던 사람들과 대화하는 자리네? 거기서 좋은 사람 만날 수 있겠구나 해서 왔어요.”
서울에서 온 문세경님은 참가 동기와 함께 로컬이야기카드에서 뽑은 ‘올해 세운 개인적이 목표는 무엇이었나요?’질문에 “책을 내는 것이었는데 우연하게 책을 내게 되어서 목표를 이뤄서 행복합니다.”라고 답해 참가자들에게 축하의 박수를 받았다.
홍성에서 온 보루 최문철님의 초대 손님 이재혁님도 반갑게 인사했다.
“지역에서는 요루라고 불립니다.
햇살배움터라는 사회적협동조합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친구들이 하자는 일들을 거절하지 못하고 이것저것 활동하고 있습니다.
친구가 하자고 하는 일을 같이 하다보면 마음이 점점 나게 되는 것 같아요.”
(사진촬영 : 지리산이음)
힘빼고 부르는 노래를 좋아하는 정미정님은 작년 구례 수해 구호활동 이후 처음으로 지리산을 찾았다고 한다. 경주 지진을 계기로 재난구호활동가로 활동하며 구호단체의 스타트업으로 소개한 에이팟코리아 이사장을 맡고 있다.
‘크게 하는 것도 없이 학생들과 쓰레기 줍는데 인터뷰도 하고 이 자리에 오게 된 게 얼떨떨하다. 이 자리가 어떤 자리인지도 잘 모르겠고 여기와도 되는 건가 싶다’로 인사 나눈 이종호님은 단돈 만원으로 누리는 최고의 즐거움으로 쓰레기 집게를 사서 주말에 쓰레기 줍는 것이라고.
만약 유투버가 된다면 활동가들이 건강을 챙길 수 있는 영상을 만들고 싶다는 노동인권활동가 정은주님, 마을 활동가에서 일상에서 환경을 위한 실천가로 살고 있는 송승연님, 산내가 마음의 고향이라는 이세형님, 변화와 지리산에 이끌려 오게 되었다는 아로마테라피스트 권미자님, 초능력을 가진다면 시간을 멈추는 초능력을 갖고 싶은 상담사 김지연님, 정원활동가 김현아님, 활동가로 시작해서 활동가를 벗어나고 싶지만 여전히 활동가의 길을 가고 있는 임수정님, 서울에서 온 조민지님, 피플포체인지팀 나종민 작가가 SNS에 올린 글을 보고 캠프C가 뭔지 궁금해서 찾아온 사회복지사 박정호님, 개발자 박용님, 전 공무원 현 실직자 김홍길님, 세계시민교육연구소를 운영하는 정애경님, 연극배우 김문정님까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참가자들을 제외하고 한 바퀴 돌며 인사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두 시간이 훌쩍 지났다. 이럴 때 하는 말이 있다.
“자세한 얘기는 차차 나누기로 하고...” 잠시 휴식시간을 갖기로 한다.
2부. 변화를 만드는 사람들 라운드 테이블1.
- 바다쓰레기 줍는 교사 이종호 & 나와 지구에 이로운 공간을 만드는 이세형
(사진촬영 : 지리산이음)
첫 번째 라운드테이블의 주인공은 이종호님과 이세형님.
우리는 해양쓰레기와 기후위기를 주제로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 대화를 나누기로 했다.
그러니까 discussion이 아닌 conversation 혹은 chat 정도라고나 할까.
“쓰레기를 주워 본 사람들은 쓰레기를 버리지 않아요.” _ 이종호
첫 만남에서 이 자리가 무척 어색하다고 했던 이종호님은 한결 긴장이 풀린 듯했다.
그의 이야기를 잠깐 들어보자.
“저는 과학자들이 이야기하는 환경문제를 학생들이 이해하기 쉽게 교육프로그램으로 만들고 학생들, 학부모님들, 시민들과 쓰레기를 줍고 있습니다. 큰 목표나 대단한 변화를 만들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조금씩 조금씩 활동하다보니 10년이 되었어요. 학생들이 학교에서 쓰레기를 줍기 시작하면서 학교에 쓰레기가 급격하게 줄었고 쓰레기를 버리는 학생들도 별로 없어요. 쓰레기를 주워본 사람들은 쓰레기를 버리지 않아요. 쓰레기를 줍지 않는 사람들이 쓰레기를 버립니다. 이런 문화가 사회로 확산된다면 해양쓰레기 문제도 조금씩 해결될 거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종호에게 질문하다.
(사진촬영 : 바라봄 사진관)
Q. 제로웨이스트카페를 운영하다보면 선생님들이 학생들과 많이 오는데 가장 큰 고민과 질문이 본인은 기후위기와 쓰레기 문제에 동의하지만 학생들에게 이걸 강요할 수는 없다는 거예요. 학생들에게 동의를 얻어서 같이 쓰레기를 줍고 환경 운동을 실천하게 하는 이종호 선생님만의 노하우가 있나요?
A. 있습니다. 제가 처음에 활동을 시작했을 때는 쓰레기를 줍기는 벌 청소라는 이미지가 있었어요. 우리 사회에서 쓰레기 줍는 사람에 대해 가지는 고정된 선입견이 있잖아요. 학생들도 쓰레기 줍자고 하면 안 좋아했어요. 쓰레기를 혼자 주우면 하나밖에 못 줍지만 열 명이 같이 하면 열한 개를 동시에 주울 수 있잖아요. 그래서 저는 쓰레기를 이용한 교육활동을 시작했어요.
학생들이 해양생물이 되어서 미세플라스틱과 해양쓰레기가 바다생물에 어떤 피해를 주는지 스스로 느낄 수 있도록 게임처럼 수업을 진행해요.
미세플라스틱 문제는 책상 위에 사과, 과자, 사탕을 올려두고 컵을 하나씩 줍니다. 입에 숟가락을 물고 자기가 해양생물이 되어서 먹이를 컵에 담아보자고 해요. 먹이사냥을 하는 거죠. 컵에 담은 먹이들 중에 먹을 수 있는 것과 먹을 수 없는 것을 나눠보면 플라스틱 포장된 사탕들은 먹을 수가 없는 거죠. 먹어서도 안 되고.
<유령어업>이라는 게임은 버려진 그물이나 낚시 줄에 걸려 죽는 바다생물이 많잖아요. 학생들이 밴드를 팔에 감아 손을 쓰지 않고 풀어보는 거예요. 시간을 정해놓고 몇 초내로 풀면 살고, 못 풀면 죽는 건데요, 손목에 있는 밴드를 입으로 풀 수도 있지만 밴드가 손목에서 팔로 점점 올라가면서 빠져나오는 게 생각처럼 쉽지 않아요. 해양생물이 몸부림칠 때 밧줄이나 그물이 점점 더 몸을 조이는 것처럼 시간이 갈수록 점점 초조하고 절박함을 알게 되는 거죠.
이 활동을 하고 나면 학생들이‘내가 해양생물이 되어 보니 사람들이 버린 해양쓰레기 때문에 바다생물들이 많은 피해를 보는 구나’ 스스로 깨닫게 돼요. 수업이 끝나고 쓰레기를 줍자고 하면 모두 즐거운 마음으로 활동을 해요. 물론 끝나면 아이스크림도 사주고 사탕도 주죠(웃음).
이어진 대화에서 쓰레기를 주우면서 생기는 주민들과의 갈등이나 양식업이나 어업에 종사하는 학부모들과 갈등은 없었는지 묻는 참가자의 질문에 “통영에서 제일 환경을 망치는 사람은 양식업 하는 담배 피는 어른들이라고 얘기해요.”로 답해 참가자들이 동시에 웃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학생들을 통해 부모님께 굴양식에 사용하는 줄을 버리지 말아달라고 전한다고 한다.
인터뷰 당시 10년 동안으로 활동으로 조금 지쳐있던 이종호님은 잠시 휴식기를 가지며 재충전 하고 있다. 얼마나 충전되었을까?
“지지자를 만나고 같이 활동할 수 있는 건 큰 행운입니다. 활동해보신 분들은 아마 잘 아실 거예요. 제가 버스정류장 같아요. 버스가 다니는데 정류장이 없으면 설 수 없잖아요. 매주 토요일 아침 7시에 약속된 장소에 제가 가지 않으면 안 되거든요, 제가 그 곳에 가야 일이 되는 거여서 조금 지치고 부담스럽기도 했어요.
지금은 토요일 오전에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 보내고 있습니다. 요즘 ‘선생님 쓰레기 주우러 언제 가요?’연락하는 분들이 있어요. 조만간에 나가려고 하고, 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바다라는 광대한 구역과 엄청난 양의 쓰레기에 해양쓰레기는 대부분 사람들이 포기해버려요. 교사가 변화를 만들 수 있겠어요? 라는 질문도 받았고 저에게도 던졌어요. 제가 혼자 쓰레기를 줍는다고 해도 세상은 절대 바뀌지 않아요. 하지만 활동을 하면서 생각이 바뀌더라고요. 학교가 바뀌는 모습을 보면 사회가 바뀌는 것 같아요.
해안가를 다니면서 보면 조금씩 변하는 게 보여요. 1,000개였던 쓰레기가 100개로 줄어드는 걸 목격하는데 그 이유는 쓰레기가 1,000개가 될 때까지는 아무도 줍지 않았던 거예요. 쓰레기 문제에 대해 우리가 포기하면 미래가 없다고 생각해요. 이제는 개인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을 조금만 바꾸고 노력하면 바뀔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제 나와 지구에게 이로운 공간 <카페 이공>을 운영하는 이세형님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우리 모두 함께 기후시민이 되면 좋겠어요. (이세형)
“저는 활동가라는 타이틀이 굉장히 부담스럽기도 해서 ‘나는 활동가가 아니다, 기업가다’라고 얘기합니다만, 여전히 돈 안 되는 일, 사회를 조금이라도 변화시키는 일에 제 가슴이 뛰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카페 이공에 오시는 분들에게 혼자 축산업에 반대하면서 비건이 되고, 제로웨이스트 삶을 사는 것이 개인으로서의 만족감도 있겠지만 우리 모두 기후시민이 되자고 얘기해요.
저희 언니가 제주에 살고 있는데 제 모습에 영감을 받아서 매일 쓰레기를 줍는대요. 그래서 혼자 줍지 말고 주변 사람들과 같이 주우라고 얘기를 하는데 나의 실천이 주변 사람들을 삶을 변화시킨다면 사회는 바뀔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여기 오신 분들 모두 내년 선거에 꼭 기후위기를 극복을 위한 대안을 정책으로 내는 분께 투표하면 좋겠습니다.”
이세형에게 질문하다
(사진촬영 : 바라봄 사진관)
Q. 자원순환과 제로웨이스트 확산을 위해 카페나 가게들을 중심으로 전국적인 연대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나요?
A. 제로웨이스트가 확산되기 위해서는 우리들의 실천도 필요하고 행정의 역할도 있지만 분명한 한계도 있어요. 아직까지 제로웨이스트 카페가 확산되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아요. 최근에는 알맹상점 같은 제로웨이스트 샵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자원순환가게라는 거점들이 생기면서 기업을 대상으로 배달용기나 화장품용기 어택 같은 전국적인 연대활동이 일어나고 있어요.
우리나라는 분리배출은 독일에 이어 세계2위이지만 재활용률은 실제로 높지가 않아요. 분리배출의 50%도 재활용이 안 되는 거죠. 그만큼 자원순환 체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요.
개인 활동가와 시민단체들이 정부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요청하는 활동들을 해 나가고 있어요. 결국 우리는 시민이 할 수 있는 역할을 하는 건데 가장 많이 변해야 하는 기업은 여전히 그린워싱만 눈에 띄는 상황이라 저희도 활동하면서 굉장히 화가 많이 나기도 해요. 결국에는 소비하지 않는 사회로 가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올바른 자원순환체계가 지금은 여러 가지로 한계가 있지만 조금씩 나아지고 믿고 있어요.
Q. 지금 이세형의 행복은 어디에 있나요?
A. 외로움이 많은 사람이라 여럿이 살다보면 좀 덜 외롭지 않을까 해서 5년 동안 정토회에서 공동체 생활을 했어요. 다양한 NGO 활동들을 통해서 남과 사회를 위해서 사는 게 나를 좀 더 행복하게 해주는 구나를 깨달았던 것 같아요.(......)
카페이공은 제로웨이스트 활동을 찐으로 해요. 세제 리필샵과 비건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카페는 일회용컵을 완전히 없애고 대여시스템을 운영해요. 지금은 태양광 설치로 에너지 자립까지 시도하자는 얘기를 하고 있어요.
그러다보니 주변의 관심과 기대도 많아지고 찾아오는 분들도 많아요. 변화를 만드는 사람들 인터뷰 당시만 해도 내년까지만 이 일을 하고 농사를 짓고 자립할 수 있는 삶을 살겠다고 했는데 지금은 ‘다시 확장해볼까?’하는 마음이 다시 꿈틀꿈틀하고 있어요. 사실 저는 이 자리에 고민을 안고 왔어요. 나의 진로를 결정해서 가고 싶어요. 제주냐, 강릉이냐, 홍성이냐, 산내냐 지금 저에게 눈빛을 보내는 분들이 많네요(웃음).
변화를 만드는 사람들과 함께 한 캠프C 첫날은 이렇게 마무리했다.
오늘의 C는 뭘까? 어색하지만 우리는 연결되었으니 일단 Connect 성공?
_ 피플포체인지 이경원
‘이렇게 과분한 호의와 환대를 제가 어찌 수렴해야 할까요?
활동가 지원이라는 것들이 연구나 사업 명목을 걸거나 공모로 보통 진행되는지라 말만 지원이지 활동가를 더 축내는 경우가 많은데 인터뷰와 사진, 캠프까지 이어지는 '변화를 만드는 사람들’ 프로젝트는 활동가를 지원한다는 것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멋진 프로젝트가 아니런지요.
참가하는 동안 여러 측면에서 명쾌하고 상쾌함을 보았습니다. 고맙습니다.
변화를 먼저 만드는 프로젝트 기획 4인방에게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보냅니다.
2박 3일 간의 캠프C가 끝나고 피플포체인지팀에게 장문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감사와 감동으로 퉁 치기에는 다소 벅찬 기분마저 들었다.
뭘 해도 지리산 덕분에 70점은 거저 받는다는 누군가의 말처럼 장소와 공간의 힘일까?
마지막 힘을 내 가을 산을 빨갛게 물들이는 단풍 때문일까?
아마도 그건 좋은 변화를 위해 연결된 사람들 덕분이겠지.
더 늦기 전에 2박 3일 간의 캠프C를 돌아봐야겠다.
(사진촬영 : 바라봄사진관)
캠프C?
변화를 만드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캠프C는 다양한 지역, 다양한 분야, 다양한 방식으로 변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서로를 지지하고 응원하고 연대하는 모임이다. 캠프C를 준비하며 피플포체인지팀은 ‘행사가 아닌 모임’으로 모두가 함께 즐기고 안전하고 건강하게 교류하는 자리를 만들자고 약속했다.
첫 번째 캠프C는 기후위기를 뛰어넘기 위해 지역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사람들, 새로운 전환의 방식을 모색하는 사람들과 연결된 30명이 함께 한다. 11월 12일 금요일 오후, 우리는 지리산권의 작은 마을 남원시 산내면에 위치한 작은변화 베이스캠프 <들썩>에 모였다.
캠프C 첫째날 2021년 11월 12일
1부. 만남과 인사
광주에서 아침 일찍 출발한 이세형님이 들썩에 가장 먼저 도착했다. 뒤이어 홍성, 경주, 통영, 서울, 안산, 용인, 대구, 부산, 인천, 남양주, 강릉까지. 제주를 제외한 모든 권역에서 변화로 연결된 사람들이 캠프C를 찾아 왔다.
(사진촬영 : 바라봄사진관)
“캠프C는 행사가 아니라 모임입니다.”
진행을 맡은 조아신님의 인사로 캠프C 문을 열었다.
첫 만남은 어색할 수밖에 없었다.
자기 소개와 캠프C에 오게 된 동기, 로컬이야기 카드 질문으로 서로를 조금씩 알아가기로 했다.
“그냥 발표하고 듣는 자리였으면 오지 않았을 거예요.
인터뷰했던 사람들과 대화하는 자리네? 거기서 좋은 사람 만날 수 있겠구나 해서 왔어요.”
서울에서 온 문세경님은 참가 동기와 함께 로컬이야기카드에서 뽑은 ‘올해 세운 개인적이 목표는 무엇이었나요?’질문에 “책을 내는 것이었는데 우연하게 책을 내게 되어서 목표를 이뤄서 행복합니다.”라고 답해 참가자들에게 축하의 박수를 받았다.
홍성에서 온 보루 최문철님의 초대 손님 이재혁님도 반갑게 인사했다.
“지역에서는 요루라고 불립니다.
햇살배움터라는 사회적협동조합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친구들이 하자는 일들을 거절하지 못하고 이것저것 활동하고 있습니다.
친구가 하자고 하는 일을 같이 하다보면 마음이 점점 나게 되는 것 같아요.”
(사진촬영 : 지리산이음)
힘빼고 부르는 노래를 좋아하는 정미정님은 작년 구례 수해 구호활동 이후 처음으로 지리산을 찾았다고 한다. 경주 지진을 계기로 재난구호활동가로 활동하며 구호단체의 스타트업으로 소개한 에이팟코리아 이사장을 맡고 있다.
‘크게 하는 것도 없이 학생들과 쓰레기 줍는데 인터뷰도 하고 이 자리에 오게 된 게 얼떨떨하다. 이 자리가 어떤 자리인지도 잘 모르겠고 여기와도 되는 건가 싶다’로 인사 나눈 이종호님은 단돈 만원으로 누리는 최고의 즐거움으로 쓰레기 집게를 사서 주말에 쓰레기 줍는 것이라고.
만약 유투버가 된다면 활동가들이 건강을 챙길 수 있는 영상을 만들고 싶다는 노동인권활동가 정은주님, 마을 활동가에서 일상에서 환경을 위한 실천가로 살고 있는 송승연님, 산내가 마음의 고향이라는 이세형님, 변화와 지리산에 이끌려 오게 되었다는 아로마테라피스트 권미자님, 초능력을 가진다면 시간을 멈추는 초능력을 갖고 싶은 상담사 김지연님, 정원활동가 김현아님, 활동가로 시작해서 활동가를 벗어나고 싶지만 여전히 활동가의 길을 가고 있는 임수정님, 서울에서 온 조민지님, 피플포체인지팀 나종민 작가가 SNS에 올린 글을 보고 캠프C가 뭔지 궁금해서 찾아온 사회복지사 박정호님, 개발자 박용님, 전 공무원 현 실직자 김홍길님, 세계시민교육연구소를 운영하는 정애경님, 연극배우 김문정님까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참가자들을 제외하고 한 바퀴 돌며 인사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두 시간이 훌쩍 지났다. 이럴 때 하는 말이 있다.
“자세한 얘기는 차차 나누기로 하고...” 잠시 휴식시간을 갖기로 한다.
2부. 변화를 만드는 사람들 라운드 테이블1.
- 바다쓰레기 줍는 교사 이종호 & 나와 지구에 이로운 공간을 만드는 이세형
(사진촬영 : 지리산이음)
첫 번째 라운드테이블의 주인공은 이종호님과 이세형님.
우리는 해양쓰레기와 기후위기를 주제로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 대화를 나누기로 했다.
그러니까 discussion이 아닌 conversation 혹은 chat 정도라고나 할까.
“쓰레기를 주워 본 사람들은 쓰레기를 버리지 않아요.” _ 이종호
첫 만남에서 이 자리가 무척 어색하다고 했던 이종호님은 한결 긴장이 풀린 듯했다.
그의 이야기를 잠깐 들어보자.
“저는 과학자들이 이야기하는 환경문제를 학생들이 이해하기 쉽게 교육프로그램으로 만들고 학생들, 학부모님들, 시민들과 쓰레기를 줍고 있습니다. 큰 목표나 대단한 변화를 만들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조금씩 조금씩 활동하다보니 10년이 되었어요. 학생들이 학교에서 쓰레기를 줍기 시작하면서 학교에 쓰레기가 급격하게 줄었고 쓰레기를 버리는 학생들도 별로 없어요. 쓰레기를 주워본 사람들은 쓰레기를 버리지 않아요. 쓰레기를 줍지 않는 사람들이 쓰레기를 버립니다. 이런 문화가 사회로 확산된다면 해양쓰레기 문제도 조금씩 해결될 거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종호에게 질문하다.
(사진촬영 : 바라봄 사진관)
Q. 제로웨이스트카페를 운영하다보면 선생님들이 학생들과 많이 오는데 가장 큰 고민과 질문이 본인은 기후위기와 쓰레기 문제에 동의하지만 학생들에게 이걸 강요할 수는 없다는 거예요. 학생들에게 동의를 얻어서 같이 쓰레기를 줍고 환경 운동을 실천하게 하는 이종호 선생님만의 노하우가 있나요?
A. 있습니다. 제가 처음에 활동을 시작했을 때는 쓰레기를 줍기는 벌 청소라는 이미지가 있었어요. 우리 사회에서 쓰레기 줍는 사람에 대해 가지는 고정된 선입견이 있잖아요. 학생들도 쓰레기 줍자고 하면 안 좋아했어요. 쓰레기를 혼자 주우면 하나밖에 못 줍지만 열 명이 같이 하면 열한 개를 동시에 주울 수 있잖아요. 그래서 저는 쓰레기를 이용한 교육활동을 시작했어요.
학생들이 해양생물이 되어서 미세플라스틱과 해양쓰레기가 바다생물에 어떤 피해를 주는지 스스로 느낄 수 있도록 게임처럼 수업을 진행해요.
미세플라스틱 문제는 책상 위에 사과, 과자, 사탕을 올려두고 컵을 하나씩 줍니다. 입에 숟가락을 물고 자기가 해양생물이 되어서 먹이를 컵에 담아보자고 해요. 먹이사냥을 하는 거죠. 컵에 담은 먹이들 중에 먹을 수 있는 것과 먹을 수 없는 것을 나눠보면 플라스틱 포장된 사탕들은 먹을 수가 없는 거죠. 먹어서도 안 되고.
<유령어업>이라는 게임은 버려진 그물이나 낚시 줄에 걸려 죽는 바다생물이 많잖아요. 학생들이 밴드를 팔에 감아 손을 쓰지 않고 풀어보는 거예요. 시간을 정해놓고 몇 초내로 풀면 살고, 못 풀면 죽는 건데요, 손목에 있는 밴드를 입으로 풀 수도 있지만 밴드가 손목에서 팔로 점점 올라가면서 빠져나오는 게 생각처럼 쉽지 않아요. 해양생물이 몸부림칠 때 밧줄이나 그물이 점점 더 몸을 조이는 것처럼 시간이 갈수록 점점 초조하고 절박함을 알게 되는 거죠.
이 활동을 하고 나면 학생들이‘내가 해양생물이 되어 보니 사람들이 버린 해양쓰레기 때문에 바다생물들이 많은 피해를 보는 구나’ 스스로 깨닫게 돼요. 수업이 끝나고 쓰레기를 줍자고 하면 모두 즐거운 마음으로 활동을 해요. 물론 끝나면 아이스크림도 사주고 사탕도 주죠(웃음).
이어진 대화에서 쓰레기를 주우면서 생기는 주민들과의 갈등이나 양식업이나 어업에 종사하는 학부모들과 갈등은 없었는지 묻는 참가자의 질문에 “통영에서 제일 환경을 망치는 사람은 양식업 하는 담배 피는 어른들이라고 얘기해요.”로 답해 참가자들이 동시에 웃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학생들을 통해 부모님께 굴양식에 사용하는 줄을 버리지 말아달라고 전한다고 한다.
인터뷰 당시 10년 동안으로 활동으로 조금 지쳐있던 이종호님은 잠시 휴식기를 가지며 재충전 하고 있다. 얼마나 충전되었을까?
“지지자를 만나고 같이 활동할 수 있는 건 큰 행운입니다. 활동해보신 분들은 아마 잘 아실 거예요. 제가 버스정류장 같아요. 버스가 다니는데 정류장이 없으면 설 수 없잖아요. 매주 토요일 아침 7시에 약속된 장소에 제가 가지 않으면 안 되거든요, 제가 그 곳에 가야 일이 되는 거여서 조금 지치고 부담스럽기도 했어요.
지금은 토요일 오전에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 보내고 있습니다. 요즘 ‘선생님 쓰레기 주우러 언제 가요?’연락하는 분들이 있어요. 조만간에 나가려고 하고, 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바다라는 광대한 구역과 엄청난 양의 쓰레기에 해양쓰레기는 대부분 사람들이 포기해버려요. 교사가 변화를 만들 수 있겠어요? 라는 질문도 받았고 저에게도 던졌어요. 제가 혼자 쓰레기를 줍는다고 해도 세상은 절대 바뀌지 않아요. 하지만 활동을 하면서 생각이 바뀌더라고요. 학교가 바뀌는 모습을 보면 사회가 바뀌는 것 같아요.
해안가를 다니면서 보면 조금씩 변하는 게 보여요. 1,000개였던 쓰레기가 100개로 줄어드는 걸 목격하는데 그 이유는 쓰레기가 1,000개가 될 때까지는 아무도 줍지 않았던 거예요. 쓰레기 문제에 대해 우리가 포기하면 미래가 없다고 생각해요. 이제는 개인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을 조금만 바꾸고 노력하면 바뀔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제 나와 지구에게 이로운 공간 <카페 이공>을 운영하는 이세형님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우리 모두 함께 기후시민이 되면 좋겠어요. (이세형)
“저는 활동가라는 타이틀이 굉장히 부담스럽기도 해서 ‘나는 활동가가 아니다, 기업가다’라고 얘기합니다만, 여전히 돈 안 되는 일, 사회를 조금이라도 변화시키는 일에 제 가슴이 뛰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카페 이공에 오시는 분들에게 혼자 축산업에 반대하면서 비건이 되고, 제로웨이스트 삶을 사는 것이 개인으로서의 만족감도 있겠지만 우리 모두 기후시민이 되자고 얘기해요.
저희 언니가 제주에 살고 있는데 제 모습에 영감을 받아서 매일 쓰레기를 줍는대요. 그래서 혼자 줍지 말고 주변 사람들과 같이 주우라고 얘기를 하는데 나의 실천이 주변 사람들을 삶을 변화시킨다면 사회는 바뀔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여기 오신 분들 모두 내년 선거에 꼭 기후위기를 극복을 위한 대안을 정책으로 내는 분께 투표하면 좋겠습니다.”
이세형에게 질문하다
(사진촬영 : 바라봄 사진관)
Q. 자원순환과 제로웨이스트 확산을 위해 카페나 가게들을 중심으로 전국적인 연대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나요?
A. 제로웨이스트가 확산되기 위해서는 우리들의 실천도 필요하고 행정의 역할도 있지만 분명한 한계도 있어요. 아직까지 제로웨이스트 카페가 확산되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아요. 최근에는 알맹상점 같은 제로웨이스트 샵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자원순환가게라는 거점들이 생기면서 기업을 대상으로 배달용기나 화장품용기 어택 같은 전국적인 연대활동이 일어나고 있어요.
우리나라는 분리배출은 독일에 이어 세계2위이지만 재활용률은 실제로 높지가 않아요. 분리배출의 50%도 재활용이 안 되는 거죠. 그만큼 자원순환 체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요.
개인 활동가와 시민단체들이 정부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요청하는 활동들을 해 나가고 있어요. 결국 우리는 시민이 할 수 있는 역할을 하는 건데 가장 많이 변해야 하는 기업은 여전히 그린워싱만 눈에 띄는 상황이라 저희도 활동하면서 굉장히 화가 많이 나기도 해요. 결국에는 소비하지 않는 사회로 가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올바른 자원순환체계가 지금은 여러 가지로 한계가 있지만 조금씩 나아지고 믿고 있어요.
Q. 지금 이세형의 행복은 어디에 있나요?
A. 외로움이 많은 사람이라 여럿이 살다보면 좀 덜 외롭지 않을까 해서 5년 동안 정토회에서 공동체 생활을 했어요. 다양한 NGO 활동들을 통해서 남과 사회를 위해서 사는 게 나를 좀 더 행복하게 해주는 구나를 깨달았던 것 같아요.(......)
카페이공은 제로웨이스트 활동을 찐으로 해요. 세제 리필샵과 비건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카페는 일회용컵을 완전히 없애고 대여시스템을 운영해요. 지금은 태양광 설치로 에너지 자립까지 시도하자는 얘기를 하고 있어요.
그러다보니 주변의 관심과 기대도 많아지고 찾아오는 분들도 많아요. 변화를 만드는 사람들 인터뷰 당시만 해도 내년까지만 이 일을 하고 농사를 짓고 자립할 수 있는 삶을 살겠다고 했는데 지금은 ‘다시 확장해볼까?’하는 마음이 다시 꿈틀꿈틀하고 있어요. 사실 저는 이 자리에 고민을 안고 왔어요. 나의 진로를 결정해서 가고 싶어요. 제주냐, 강릉이냐, 홍성이냐, 산내냐 지금 저에게 눈빛을 보내는 분들이 많네요(웃음).
변화를 만드는 사람들과 함께 한 캠프C 첫날은 이렇게 마무리했다.
오늘의 C는 뭘까? 어색하지만 우리는 연결되었으니 일단 Connect 성공?
_ 피플포체인지 이경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