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밥상과 은은한 차향이 가득한 곳,
가족이 느릿느릿 함께 지은 한옥,
한옥게스트하우스 달팽이
한옥게스트하우스 달팽이는 지리산 뱀사골 자락에 위치한 주인이 직접 마음담아 설계하고 지은 21평 12평의 조그마한 ㄱ자 한옥 두채로 이루어져있습니다. 홈 스테이 형식으로 방 4칸과 부엌 그리고 마루를 열어놓고 있고요 모든방은 구들난방 방식이므로겨울에는 따뜻한 구들방에서 편안하게 숙면하시기 좋습니다! 여름에는 넓은 마당과 시원한 대청마루에서 편히 쉬다가 밤이되면 마당평상에 누워 별빛 바라보는 지극한 즐거움도 느껴보셔요.
한옥게스트하우스 달팽이는 지리산 뱀사골 자락에 위치한 주인이 직접 마음담아 설계하고 지은 21평 12평의 ㄱ자 한옥두채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홈스테이형식으로 방 2칸과 공용부엌 공간을 열어놓고 있고요. 모든 방은 구들난방 방식입니다.
주인장 인터뷰 (2017)
삶의 속도를 늦추고 싶은 분들을 기다려요. - 한옥게스트하우스 달팽이
단아한 창호와 멋내지 않은 기와지붕, 다정하게 혹은 담담하게 앉아있을 수 있는 툇마루까지 얼핏 스쳐본 외관만으로도 집 지은이의 꼼꼼함과 정갈함을 짐작할 만하다. 가만히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니 외관을 꼭 닮은 정돈된 주방이 한눈에 들어온다. 차곡차곡 쌓여있는 그릇과 바짝 말려 뽀송해진 행주하며 누구라도 차 한 잔 혹은 식사 한 끼 나누면서 잠시나마 쉬어가고 싶을 만큼 소담하고 아늑하다. 한 폭의 수묵화에 들어앉은 듯한 주인장 류순영씨가 다기를 늘어놓으며 일행을 반긴다.
- 한옥이 주는 단아한 느낌과 부엌의 정갈함이 정말 잘 어울리네요.
사람들의 손때가 묻어 반질반질해지는 것들이 좋아요. 오랜 세월 반복된 비질로 반짝거리는 시골마당 같은 거요. 음식 만드는 일을 좋아하지만 스튜디오처럼 갖춰놓은 부엌엔 그닥 관심이 없어요. 내 터전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작더라도 실행해 보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할까요. 잘 먹은 후 빈 그릇을 씻어서 엎어 놓기만 해도 힘이 나요.
- 언제부터 이런 살림살이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산내로 아주 들어온 건 5년 됐는데 그 동안 다섯 채의 빈집을 거쳤어요. 비어있던 집을 고쳐 살았죠. 고쳐 쓰는 즐거움도 그 때 알았고 원래 살고 계시던 분들이 남겨 놓으신 손 때 묻은 살림살이를 쓰면서 시골살이를 익혔어요. 시골집에 가만히 누워 있으면 느껴지는 아늑함 같은 게 있거든요. 그게 참 좋아요. 지금 이 집은 2012년에 들어왔어요. 2011년부터 남편이 아이와 함께 지었죠.
- 산내로 아주 들어오셨다고 했는데 그럼 그 전에도 산내랑 인연이 있었나 봐요?
2006년에 실상사 귀농학교에 입학했어요. 가족 모두가 산내에 내려와서 저랑 신랑은 귀농학교 다니고 아이들은 산내초등학교랑 산내들 어린이집에 두 달 다녔죠. 졸업하고 다시 돌아가야 하나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 중이었는데 남원에 있는 귀정사에서 공양주를 모집한다는 공고가 떴어요. 절 방 한 칸에서 가족이 함께 지내다가 근처 마을에 있는 집으로 터전을 옮겨 3~4년 살았어요. 귀정사에서 공양주로 일하면서 처음 차도 덖어 봤죠. 첫째가 실상사 작은학교에 입학하면서 다시 산내로 들어왔고요.
- 산내에 살면서 참 부지런히 여러 가지 일을 하셨죠?
그러네요. 어린이집 영양교사도 했고.
- 우리가 ‘패랭이’라 부르던 바로 그 시절!
네. 한 2,3년 했나? 아이들과 참 재미있게 보냈던 것 같아요. 그러고 나선 방과후 교사도 잠깐 했었는데 둘째가 사춘기 겪던 시기라 많이 힘들어해서 6개월 정도 하다 나왔어요.
- ‘언젠가 먼 훗날에 저 넓고 거치른 바다로 갈 거라고…’ 자꾸만 이 노래를 흥얼거리게 되네요.(웃음) 달팽이라, 달팽이. 음… 왜 달팽인가요?
달팽이는 느리지만 조금씩 최선을 다해 제 길을 가잖아요. 제 삶의 방식도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음식을 할 때도 그렇고 차를 덖을 때도 그렇고, 느리지만 정성을 다하고 싶어요. 그리고 그렇게 하고 있는 제 자신이 싫지 않고요. 손님이 오신다고 하면 물어봐요. 뭘 드시고 싶은지. 화려한 식탁을 차려드릴 순 없지만 손님이 원하시고 마침 제가 할 수 있는 것이면 정성을 다해 식사를 준비하죠. 그렇게 그 누군가를 위해 음식을 마련하고 준비하는 과정이 참 기뻐요.
- 그런데 어떻게 게스트하우스 시작할 생각을 하셨어요?
정말 우연히요. 게스트하우스를 열기 직전에 지리산꾸러미 생산자 활동을 했거든요. 그 때 같이 활동 했던 언니가 권했어요. 방 한 칸만 있으면 할 수 있다고,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면서요. 근데 가족들이 호의적이질 않았어요. 고생은 고생대로 할 거고, 그만큼 수익을 올리기도 쉽지 않다고. 무엇보다 집이라는 사적인 공간이 침해 받을까봐 그게 제일 걱정이었죠. 게스트하우스를 목적으로 건물을 따로 짓는 게 아니니까 당연히 그런 두려움이 있었던 것 같아요.
- 걱정은 걱정일 뿐, 우려는 우려일 뿐!
그러게요. 첫째가 혼자 산티아고를 다녀왔는데, 그 여행이 꽤 자극이 되었지 싶어요. 그 다음부턴 달팽이에 젊은이들이나 외국인들도 다녀갔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소통의 욕구가 생기니까 외국어 공부에도 꽤 공을 들였어요. 남편에게도 아이들 못지않은 변화가 있었는데요, 남편은 달팽이를 찾아오시는 손님들을 통해서 우리 문화에 대한 남편의 절실함을 지지받았던 것 같아요. 목수지만 원칙과 정신을 상실한 집들을 생계를 위해 지어야 한다는 자괴감에 늘 괴로워 했었거든요. 그런데 손님들이 남편의 이러한 상실감에 대해 귀기울여주고 공감해 주니 많은 위로를 받고 자신감도 얻었죠. 사적인 공간을 침해 당할까봐 두려워했던 가족들이 오히려 이 공간에서 일어난 다양한 교류 덕분에 삶의 활력을 얻게 됐어요.
- 한옥게스트하우스를 표방하는 만큼 우리 문화에 관심 있는 분들의 애정공세가 뜨거웠을 것 같은데요.
남원을 여행 중이라며 독일인 부부가 다녀가셨는데요, 남원에 관한 정보가 빼곡하게 들어차 있는 가이드북을 직접 만들어 오셨더라고요. 우리 문화에 대해 궁금한 것을 이것저것 묻는데 저는 영어 못해서 미안하다고 하고, 그 분은 한국말 못해서 미안하다고 하고.(웃음) SNS로 알게 된 친구가 명절 치르느라 애쓰신 시부모님, 시할머님 부부 편히 쉬게 해드리고 싶다며 장문의 메시지와 함께 어르신들을 보내기도 했어요. 아침상을 차리느라 부엌에 나왔는데 창호사이로 며느님과 어머님이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시는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그 때 마음이 따뜻해지고 하고 울컥하기도 하고 참 이상했어요.
- 어떤 손님이 다녀갔으면 하고 바라세요?
가족단위로 오셔도 좋고요, 단출하게 혼자 들르셔도 좋아요. 외국분들도 반갑고 감사하죠. 한번 쯤 천천히 살아보고 싶은 분들이 오시면 좋겠어요. 자전거를 타고 새벽 염불도 드리러 가고, 둘레길도 천천히 걸어보고, 마을카페에서 느긋한 여유를 즐기기도 하는. 처음엔 막막했는데 생각보다 손님들께 제가 해 드릴 수 있는 일이 많더라고요. 술잔 기울이실 땐 소박한 안주도 만들어 드릴 수 있고, 마주 앉아 바느질도 할 수 있고요. 기회가 되면 차도 함께 덖고요. 시골살이 10년차의 이런저런 노하우를 함께 나눌 수 있을 것 같아요.
- 게스트하우스 달팽이에 앉아 있는 주인장이 참 좋아 보여요. 비결이 뭘까요?
농사도 열심히 지어봤고, 차도 열심히 덖어 봤고 여러 가지 일들을 나름대로 열심히 해 왔는데 그게 다 내 옷이 아니더라고요. 전 살림에 마음이 더 가 있는 사람인데, 그걸 저만 몰랐던 것 같아요. 제가 잘 하는 거, 해서 행복한 거 그걸 찾느라고 참 많은 시간을 보냈어요. 늘 먹고 사는 문제 때문에 자꾸 미루면서 살았죠. 지금이라고 생계 문제가 해결된 건 아니지만 제 마음의 중심을 찾으니 전체적이 삶이 고요하고 평화로워요.
달팽이는 오늘도 느릿느릿 제 길을 간다. 천천히 가야하는, 한 번에 많이 갈 수 없는 길일지라도 그것이 내 길이기에 두리번거리지 않고 의심 없이 간다. 그 길 위에서 만나는 인연들도 잠시 달팽이의 걸음에 맞추어 숨을 고른다. 그 행로는 소박한 밥상과 은은한 차향 덕분에 여유롭고 그윽하다.
__ 글쓴이 : 똥폼
소박한 밥상과 은은한 차향이 가득한 곳,
가족이 느릿느릿 함께 지은 한옥,
한옥게스트하우스 달팽이
한옥게스트하우스 달팽이는 지리산 뱀사골 자락에 위치한 주인이 직접 마음담아 설계하고 지은 21평 12평의 조그마한 ㄱ자 한옥 두채로 이루어져있습니다. 홈 스테이 형식으로 방 4칸과 부엌 그리고 마루를 열어놓고 있고요 모든방은 구들난방 방식이므로겨울에는 따뜻한 구들방에서 편안하게 숙면하시기 좋습니다! 여름에는 넓은 마당과 시원한 대청마루에서 편히 쉬다가 밤이되면 마당평상에 누워 별빛 바라보는 지극한 즐거움도 느껴보셔요.
한옥게스트하우스 달팽이는 지리산 뱀사골 자락에 위치한 주인이 직접 마음담아 설계하고 지은 21평 12평의 ㄱ자 한옥두채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홈스테이형식으로 방 2칸과 공용부엌 공간을 열어놓고 있고요. 모든 방은 구들난방 방식입니다.
주인장 인터뷰 (2017)
삶의 속도를 늦추고 싶은 분들을 기다려요. - 한옥게스트하우스 달팽이
단아한 창호와 멋내지 않은 기와지붕, 다정하게 혹은 담담하게 앉아있을 수 있는 툇마루까지 얼핏 스쳐본 외관만으로도 집 지은이의 꼼꼼함과 정갈함을 짐작할 만하다. 가만히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니 외관을 꼭 닮은 정돈된 주방이 한눈에 들어온다. 차곡차곡 쌓여있는 그릇과 바짝 말려 뽀송해진 행주하며 누구라도 차 한 잔 혹은 식사 한 끼 나누면서 잠시나마 쉬어가고 싶을 만큼 소담하고 아늑하다. 한 폭의 수묵화에 들어앉은 듯한 주인장 류순영씨가 다기를 늘어놓으며 일행을 반긴다.
- 한옥이 주는 단아한 느낌과 부엌의 정갈함이 정말 잘 어울리네요.
사람들의 손때가 묻어 반질반질해지는 것들이 좋아요. 오랜 세월 반복된 비질로 반짝거리는 시골마당 같은 거요. 음식 만드는 일을 좋아하지만 스튜디오처럼 갖춰놓은 부엌엔 그닥 관심이 없어요. 내 터전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작더라도 실행해 보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할까요. 잘 먹은 후 빈 그릇을 씻어서 엎어 놓기만 해도 힘이 나요.
- 언제부터 이런 살림살이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산내로 아주 들어온 건 5년 됐는데 그 동안 다섯 채의 빈집을 거쳤어요. 비어있던 집을 고쳐 살았죠. 고쳐 쓰는 즐거움도 그 때 알았고 원래 살고 계시던 분들이 남겨 놓으신 손 때 묻은 살림살이를 쓰면서 시골살이를 익혔어요. 시골집에 가만히 누워 있으면 느껴지는 아늑함 같은 게 있거든요. 그게 참 좋아요. 지금 이 집은 2012년에 들어왔어요. 2011년부터 남편이 아이와 함께 지었죠.
- 산내로 아주 들어오셨다고 했는데 그럼 그 전에도 산내랑 인연이 있었나 봐요?
2006년에 실상사 귀농학교에 입학했어요. 가족 모두가 산내에 내려와서 저랑 신랑은 귀농학교 다니고 아이들은 산내초등학교랑 산내들 어린이집에 두 달 다녔죠. 졸업하고 다시 돌아가야 하나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 중이었는데 남원에 있는 귀정사에서 공양주를 모집한다는 공고가 떴어요. 절 방 한 칸에서 가족이 함께 지내다가 근처 마을에 있는 집으로 터전을 옮겨 3~4년 살았어요. 귀정사에서 공양주로 일하면서 처음 차도 덖어 봤죠. 첫째가 실상사 작은학교에 입학하면서 다시 산내로 들어왔고요.
- 산내에 살면서 참 부지런히 여러 가지 일을 하셨죠?
그러네요. 어린이집 영양교사도 했고.
- 우리가 ‘패랭이’라 부르던 바로 그 시절!
네. 한 2,3년 했나? 아이들과 참 재미있게 보냈던 것 같아요. 그러고 나선 방과후 교사도 잠깐 했었는데 둘째가 사춘기 겪던 시기라 많이 힘들어해서 6개월 정도 하다 나왔어요.
- ‘언젠가 먼 훗날에 저 넓고 거치른 바다로 갈 거라고…’ 자꾸만 이 노래를 흥얼거리게 되네요.(웃음) 달팽이라, 달팽이. 음… 왜 달팽인가요?
달팽이는 느리지만 조금씩 최선을 다해 제 길을 가잖아요. 제 삶의 방식도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음식을 할 때도 그렇고 차를 덖을 때도 그렇고, 느리지만 정성을 다하고 싶어요. 그리고 그렇게 하고 있는 제 자신이 싫지 않고요. 손님이 오신다고 하면 물어봐요. 뭘 드시고 싶은지. 화려한 식탁을 차려드릴 순 없지만 손님이 원하시고 마침 제가 할 수 있는 것이면 정성을 다해 식사를 준비하죠. 그렇게 그 누군가를 위해 음식을 마련하고 준비하는 과정이 참 기뻐요.
- 그런데 어떻게 게스트하우스 시작할 생각을 하셨어요?
정말 우연히요. 게스트하우스를 열기 직전에 지리산꾸러미 생산자 활동을 했거든요. 그 때 같이 활동 했던 언니가 권했어요. 방 한 칸만 있으면 할 수 있다고,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면서요. 근데 가족들이 호의적이질 않았어요. 고생은 고생대로 할 거고, 그만큼 수익을 올리기도 쉽지 않다고. 무엇보다 집이라는 사적인 공간이 침해 받을까봐 그게 제일 걱정이었죠. 게스트하우스를 목적으로 건물을 따로 짓는 게 아니니까 당연히 그런 두려움이 있었던 것 같아요.
- 걱정은 걱정일 뿐, 우려는 우려일 뿐!
그러게요. 첫째가 혼자 산티아고를 다녀왔는데, 그 여행이 꽤 자극이 되었지 싶어요. 그 다음부턴 달팽이에 젊은이들이나 외국인들도 다녀갔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소통의 욕구가 생기니까 외국어 공부에도 꽤 공을 들였어요. 남편에게도 아이들 못지않은 변화가 있었는데요, 남편은 달팽이를 찾아오시는 손님들을 통해서 우리 문화에 대한 남편의 절실함을 지지받았던 것 같아요. 목수지만 원칙과 정신을 상실한 집들을 생계를 위해 지어야 한다는 자괴감에 늘 괴로워 했었거든요. 그런데 손님들이 남편의 이러한 상실감에 대해 귀기울여주고 공감해 주니 많은 위로를 받고 자신감도 얻었죠. 사적인 공간을 침해 당할까봐 두려워했던 가족들이 오히려 이 공간에서 일어난 다양한 교류 덕분에 삶의 활력을 얻게 됐어요.
- 한옥게스트하우스를 표방하는 만큼 우리 문화에 관심 있는 분들의 애정공세가 뜨거웠을 것 같은데요.
남원을 여행 중이라며 독일인 부부가 다녀가셨는데요, 남원에 관한 정보가 빼곡하게 들어차 있는 가이드북을 직접 만들어 오셨더라고요. 우리 문화에 대해 궁금한 것을 이것저것 묻는데 저는 영어 못해서 미안하다고 하고, 그 분은 한국말 못해서 미안하다고 하고.(웃음) SNS로 알게 된 친구가 명절 치르느라 애쓰신 시부모님, 시할머님 부부 편히 쉬게 해드리고 싶다며 장문의 메시지와 함께 어르신들을 보내기도 했어요. 아침상을 차리느라 부엌에 나왔는데 창호사이로 며느님과 어머님이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시는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그 때 마음이 따뜻해지고 하고 울컥하기도 하고 참 이상했어요.
- 어떤 손님이 다녀갔으면 하고 바라세요?
가족단위로 오셔도 좋고요, 단출하게 혼자 들르셔도 좋아요. 외국분들도 반갑고 감사하죠. 한번 쯤 천천히 살아보고 싶은 분들이 오시면 좋겠어요. 자전거를 타고 새벽 염불도 드리러 가고, 둘레길도 천천히 걸어보고, 마을카페에서 느긋한 여유를 즐기기도 하는. 처음엔 막막했는데 생각보다 손님들께 제가 해 드릴 수 있는 일이 많더라고요. 술잔 기울이실 땐 소박한 안주도 만들어 드릴 수 있고, 마주 앉아 바느질도 할 수 있고요. 기회가 되면 차도 함께 덖고요. 시골살이 10년차의 이런저런 노하우를 함께 나눌 수 있을 것 같아요.
- 게스트하우스 달팽이에 앉아 있는 주인장이 참 좋아 보여요. 비결이 뭘까요?
농사도 열심히 지어봤고, 차도 열심히 덖어 봤고 여러 가지 일들을 나름대로 열심히 해 왔는데 그게 다 내 옷이 아니더라고요. 전 살림에 마음이 더 가 있는 사람인데, 그걸 저만 몰랐던 것 같아요. 제가 잘 하는 거, 해서 행복한 거 그걸 찾느라고 참 많은 시간을 보냈어요. 늘 먹고 사는 문제 때문에 자꾸 미루면서 살았죠. 지금이라고 생계 문제가 해결된 건 아니지만 제 마음의 중심을 찾으니 전체적이 삶이 고요하고 평화로워요.
달팽이는 오늘도 느릿느릿 제 길을 간다. 천천히 가야하는, 한 번에 많이 갈 수 없는 길일지라도 그것이 내 길이기에 두리번거리지 않고 의심 없이 간다. 그 길 위에서 만나는 인연들도 잠시 달팽이의 걸음에 맞추어 숨을 고른다. 그 행로는 소박한 밥상과 은은한 차향 덕분에 여유롭고 그윽하다.
__ 글쓴이 : 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