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순이네 흙집

주인장이 직접 흙과 나무로 지은 집, 
뱀사골과 지리산 주능선이 보이는 산 속의 흙집,
규모가 커서 단체 워크숍이나 모임하기에 안성맞춤인 민박집,

지리산 순이네 흙집

 

주인장안오순
주소전북 남원시 산내면 중황길 173
전화번호010-9032-5902
홈페이지http://www.soonyee.kr/



1. 머슴달래

 

머슴달래는 이곳에서 부르는 민들레의 다른 말입니다.
화장실 하나, 구들방 하나로 구성된 독채입니다.
다기세트와 냉장고가 구비되어 있습니다.
씽크대와 조리대가 없습니다. 편안하게 잠만 자고 갈 수 있습니다. 

- 평수 : 7평
- 기준인원 : 2~4인

 

2. 도토라지

 

도토라지는 이곳에서 부르는 명아주, 참비듬나물의 다른 말입니다.
20평으로 드레스룸과 넓은 거실이 있어 가족단위로 편하게 쉬어갈 수 있게 가정집처럼 꾸몄습니다.
방 하나는 구들방으로 되어 있습니다.
냉장고와 취사, 전기밥솥, 욕실용품, 핫플레이트, 다기세트가 구비되어 있습니다. 

- 평수 : 20평
- 기준인원 : 12명~16명

 

 

3. 박졸갈래 

 

박졸갈래는 산내에서 나는 나물이름입니다.
한 가족이 편하게 쉴 수 있게 구들방 하나와 거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냉장고, 취사, 전기밥솥, 욕실용품, 핫플레이트, 다기세트가 구비되어 있습니다.

- 평수 : 15평
- 기준인원 : 8명 ~ 10명

 

 

4. 콩떡버지 

 

콩떡버지는 산내에서 나는 나물 이름입니다.
세미나를 할 수 있게 원룸으로 되어 있습니다.
냉장고, 취사, 전기밥솥, 욕실용품, 핫플레이트, 다기세트 구비되어 있습니다. 

- 평수 : 15평
- 기준인원 : 10명~15명

 





주인장 인터뷰 (2017)

자연을 벗 삼아 심호흡 하고 싶은 분들, 오세요~. - 지리산 순이네 흙집

 

“집에 없니?”

인터뷰 약속 시간에 대 왔는데 집은 텅텅 비어있다. 본채를 기웃거리다 마당으로 나서니 뒷산에서 내려오는 주인장이 눈에 들어온다. 포대 하나를 짊어진 채 다른 손에 쥔 막대기로 바닥을 두드리며 내려오는 주인장 안오순씨. 뭐지? 뭔가 꾸물거리는 것 같은데, 옳거니! 뱀이다! “절루 가. 방으로 들어가지 말구, 절루. 손님들 기절하실라.” 뱀을 숲으로 쫓으며 주인장은 아쉬운 듯 한마디를 보탠다. “저런 거 한 마리 잡으면 십 만원인데.” 아서라. 오순아. 인터뷰나 하러 가자. 

 


- 순이네 흙집, 이름에 분명한 정체성이 있네요. ‘오순씨가 살고 있는 황토집’, 맞습니까? 

보기엔 그래도 이름 지을 때 힘들었어요. ‘득이랑 순이랑’이라고 할까, (순간 인터뷰어, 기록자, 사진기자 일동 폭소, ‘득이’는 오순씨 부군 함자의 일부!) 근데 제가 그 책을 좋아하거든요. 윤구병 선생님이 쓰신, ‘우리 순이 어디 갔니?’라는 책. 그 생각을 많이 했어요. 뭣보다 시골스럽기도 하고. 그냥 순이, 하면 시골 느낌이 팍 나잖아요.

 

- 대구에서 살다가 산내로 왔죠? 그 때가?

2006년이요. 사실 전 대구에서 사는 게 좋았어요. 도시에서 상담 활동도 했었고 이런 저런 일들 하면서 재밌게 살고 있었거든요. 근데 남편이 도시 생활을 너무 힘들어 하는 거예요. 그래서 접어야겠다고 생각했죠. 대구 근교 시골을 둘러보기도 했는데 결국 나보다 먼저 산내에 자리 잡은 선배 권유로 이쪽을 선택했어요.

 

- 처음부터 민박 할 생각이었어요?

농사로 먹고 사는 건 아예 꿈도 안 꿨어요. 어렸을 때 시골 살아봐서 그게 얼마나 힘든지 아니까. 새벽 4시에 일어나서 밭 매고 학교 가고 그랬거든요. 남편이랑 농사스타일도 너무 다르고. 나는 풀이 보이는 대로 족족 뽑는데, 남편은 저 풀도 다 이유가 있으려니…해요. 환장하지. 그래서 손님들에게 먹거리를 제공할 수 있을 정도의 소규모 농사에 만족해요. 농사 말고 뭘 하면서 먹고 살까 생각하다가 민박을 결정했죠. 도시에서처럼 사람 상대하는 일을 계속해 보고 싶었어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 테니 재밌겠다 싶었고요.

 

- 2009년에 문을 열었네요? 

산내 들어와서 3년 동안 흙집 지었어요. 본 채 짓는데 1년 걸렸고 민박집이 차례차례 올라가니 2년이 후딱 지나대요. 올해로 5년 됐네요. 처음엔 건물만 달랑 있으면 되는 줄 알았는데 부대시설도 있어야 하고, 밭이며 마당이며 그런 걸 가꾸는 노력이랑 시간도 필요하더라고요. 야생화 같은 건 하나하나 산에서 캐서 옮겨 심었거든요. 하지만 한편으론 이 정도 시간은 당연히 필요할 거라고 예상했던 것 같기도 해요. 10년 쯤 지나면 내가 꿈꿨던 순이네 민박이 가능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해요. 십 년이라고 보면 반절 온 거니까 아직 투자 중인 거죠.

 

 

- 순이네 흙집만의 자랑거리라면?

흙과 나무로 지어진 공간에 아궁이가 들어서서 더해지는 온기랄까. 네 개의 독채에 딸린 텃밭에서 푸성귀를 끊어 먹을 수 있는 것도 자랑이라면 자랑이고. 흙집 바로 뒤에 있는 산에선 봄부터 가을까지 먹을거리가 지천이니 조금만 부지런 떨면 먹을 것도 얻고 색다른 체험도 할 수 있고요.

 

- 어떤 분들이 순이네 흙집을 찾아오셨으면 좋겠어요?

음, 시골 아궁이를 좋아하시고 구들방에 따라붙는 우풍을 당연하게 생각하시고, 흙이나 벌레를 크게 개의치 않는 분들이면 좋겠어요. 처음엔 수익을 올려야 한다는 생각에 무작위로 손님을 받았거든요. 근데 아궁이가 있는 흙집을 무슨 찜질방쯤으로 생각하시는 거예요. 흙이 부스러져서 떨어져 있거나 벌레가 기어 다니면 기겁을 하고.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젊은 손님들 중에는 새벽까지 시끄럽게 놀다가 욕으로 마무리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뒷정리 안하는 건 당연하고. 

 

- 물론 좋은 기억으로 남은 손님도 있겠죠?

당연히 더 많죠. 순이네 흙집이 방송 탄 적 있는데 그 때 그 프로그램을 보고 팬이 되신 할아버지가 계세요. 두 달에 한 번 꼴로 들르시는데요, “안 여사 잘 있는가?” 하고 불쑥 오셔서 차 한 잔 하고 가세요. 여기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편안하게 쉬었다 가시는 분들도 많아요. 각각 독채지만 방끼리 소개팅을 한 경우도 있었어요. 함께 모여 앉아 술잔을 기울이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자연스레 훈훈해지죠.

 

- 흙집 네 채를 관리하는 게 만만치 않을 텐데.

한 겨울 아궁이에 불 땔 땐 울기도 많이 울었어요. 나무하는 것도 만만치 않고요. 몸이 힘들기도 하지만, 손님을 맞는다는 건 아무리 즐거운 마음을 가지려 해도 긴장되는 일이거든요. 낯선 사람들과 새로운 관계를 맺어야 하니까. 그게 재미있고 즐거운 일이면서도 가끔은 스트레스가 되기도 해요. 그래서 미친 듯이 일해요. 밭일도 미친 듯이 하고 마을행사도 빠짐없이 참석하죠. “오순이 잘 한다.” 그런 소릴 듣고 싶은 것 같기도 하고, 스트레스를 풀고 싶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요.

 


- 진짜 하는 일이 많잖아요? 마을 소모임 활동도 열심히 하고, 아이들 학교에 손 필요하면 휑하니 달려가고, 온갖 경조사에서도 발로 뛰는 일꾼이고, 글도 쓰고, 게다가 귀농한지 오래된 사람들도 어려워하는 마을 어르신들과 관계도 좋고.

그냥 어르신들이 일하고 계신 밭에 가서 같이 앉아 김매요. 난 별로 어렵지 않은데 다른 귀농한 사람들은 그냥 쓱 하기가 힘든가 봐요. 특히 젊은 여성 귀농자들이요. 한번만 해보면, 한번만 어울리면 다 할 수 있는데. 전 그냥 어르신들이 존경스러워요. 그 많은 일들을 때마다 척척 해내시는 걸 보면 난 아직도 멀었구나 싶고. 애들 키우는 게 돈인데, 농사일로 그 많은 자식들 뒷바라지 다 해내시는 거 보면 정말 훌륭하고 멋지다는 생각이 들어요.

 

- 오순씨, 꿈이 뭐예요? 

글을 계속 쓰고 싶어요. 지금도 마을신문이랑 지글스에 글을 쓰는데요, 나중엔 나만의 책도 만들고 싶어요. 내가 살아온 기록을 내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서요. 그 세 아이 건강하게 키우고 싶은 거랑 내가 가꿔 놓은 집, 옮겨 심은 나무, 풀들이 커가는 거 지켜보는 것도 꿈이죠. 시간이 흘러 바란 흙벽이며 무성해진 나무, 풀, 꽃 이런 걸 가만히 머릿속에 그려 봐요. 왜 내가 이 집에, 이 땅에 이렇게 집착하나 생각해 보기도 하는데, 태생이 농부의 딸이라 함부로 땅을 어쩌지 못하는 거 같아요. 시간과 함께 시간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나와 우리가족의 모습을 이곳에서 쭉 지켜보고 싶어요.

 

오순씨는 오늘도 분주하다. 봄이지만 제법 쌀쌀한 날씨에 손님들 추우실까 하루 전부터 불을 때고, 봄기운 함빡 받은 초록잎 거두어 대여섯 가지 나물반찬 척척 만들고, 피어오르기 시작한 표고 따러 뒷산도 두어 번 오르락내리락한다. 그 바쁜 와중에도 오순씨는 매화 꽃 한 가지, 개나리 한 가지를 꺾어 손님방 장식하는 일을 잊지 않는다. ‘순이야, 어디 가니?’ 하고 부르면 ‘봄 따러 가요~’라는 메아리가 되돌아 올 것 같은 순이네 흙집. 자연을 벗 삼아 심호흡 한 번 하고 싶은 이들을 위해 오순씨는 오늘도 쉴 틈이 없다. 


_ 글쓴이 : 똥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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