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시[아삭!] 책방 문을 열면, 새롭고도 안전한 세계가! _ 도통동의 페미니즘 문화예술공간 <살롱드마고>

지리산이음
2023-11-03

책방 문을 열면, 새롭고도 안전한 세계가!

도통동의 페미니즘 문화예술공간 <살롱드마고> 공간지기 달리


글, 사진 / 상이



시청 뒤편 털보식당 2층에는 지리산 마고 여신의 기운이 깃든 동네책방 <살롱드마고>가 있습니다. 


‘살롱’은 과거 유럽에서 문학가와 예술가, 철학자들이 모여 토론하고 사교활동을 하는 장이었는데요. 
지역에서 여성을 위한 서점이자 창작공간으로 기능하는 살롱드마고의 공간 운영 지기 중 한 분인 달리 님을 만나 뵈었습니다. 



살롱드마고는 어떤 공간인가요?

살롱드마고는 원래 산내면에서 <문화기획달>이라는 여성주의 문화 단체를 운영하던 때 만든 공간의 이름이었습니다. 지역의 여성들이 중심이 되어 만드는 안전하고도 즐거운 창작공간이었지요. 2년여간 산내에서 문화기획과 잡지 발행, 출판 디자인 등의 활동을 하다가 2020년 2월에 남원으로 이사하였어요. 그때 단체를 ‘협동조합 마고’로 전환하였고요. 산내에 있던 공간보다 문턱이 낮은 곳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서점으로 운영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일주일에 세 번 문을 여는 동네 책방 겸 문화예술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주로 공간 운영을 같이하는 멤버는 자정, 이리, 달리 이렇게 세 명입니다.


이곳에 오면 어떤 책을 만나볼 수 있나요?

페미니즘을 기본 가치로 지향하며, 다양성을 주제로 한 책이 현재 약 1,000권 정도 들어와 있습니다. 책방지기 세 명의 취향을 반영하여 인문, 문학, 사회과학, 그림책, (개성 있는) 실용서 등을 주제로 추천하고 싶은 책을 준비해 두었어요. 책을 고를 때 베스트셀러 위주로 고르기보다는 여성 작가들이 어떤 책을 냈는지를 주로 살펴봅니다. 공간이 2층에 자리 잡고 있어 부러 찾아오시는 분들이 주로 있는데요. 책의 표지만 봐도 재미있을 거 같다거나, 지역의 다른 서점은 문제집을 주로 판매하는데 살롱드마고는 그렇지 않아 개성이 있다는 등의 반응을 해주세요. 원하는 책이 있을 때는 온라인으로 사전주문 할 수 있게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인터넷서점 가격과 비슷하게 할인해 드려요. 그리고 학교나 도서관에 대량 납품도 합니다. 





살롱드마고는 서점의 기능뿐 아니라 글쓰기 강연, 타로 상담, 페미니즘 성교육, 공연 등 다양한 문화공간의 역할도 하고 있는데요. 
현재 어떤 모임을 진행하고 계신가요?

현재 공간에서 모임이 다섯 개 정도 있어요. 지역의 여성을 대상으로 매주 수요일마다 글쓰기 프로그램 <아웃스피크>를 진행하고요. 한 달에 한 번 소규모 시집 독서 모임 <이달의 시집>이라는 모임도 진행합니다. <이달의 시집>은 그때그때 신청자를 받아서 진행합니다. 올해 출간된 여성 시인의 시집 중 하나를 골라 모인 자리에서 책을 받아 독서하고, 자신의 마음에든 시를 낭독하며 감상을 나눕니다. 지역 중학교 2학년 여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청소년 글쓰기 모임 <청소년 글방 무지개 연필>을 일주일에 한 번씩 열고 있습니다. ‘나는 누구일까’라는 주제를 가지고 탐구하면서 자기 이야기를 끌어내는 시간으로 기획했습니다. 시작할 때 시를 몇 편 함께 읽었는데 감상을 나눌 때 너무 좋았다고 이야 하면서 시를 읽고 자신에게 느낌이 어떠냐고 누군가 물어봐 준 것이 처음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학교나 학원의 수업에서는 할 수 없는 주체적인 독자가 되는 경험을 참여자들이 했던 것 같습니다. 글쓰기와 합평을 주로 하는데 어쩌면 문집이 나올 수도 있을 거 같아요. 

그 외에 양육자 성교육 모임인 <S.E.S.Club(Sex Education Study Club)>도 있습니다. 다양한 성교육 책을 보며 각자 가지고 있던 편견에 관해 이야기 나누며 공부합니다. 처음엔 자녀를 위한 성교육을 목표로 왔다가 회차가 진행될수록 성적 존재로서의 자기 자신을 생각해 보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달에 한 번 성인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서남여대>라는 글쓰기 모임이 있습니다. 작년 남원시 청년 센터에서 제의가 들어와서 짧게 글쓰기 모임을 진행했다가 만난 인연으로 후속 모임을 일 년째 진행 중입니다. 매달 다른 주제를 함께 정해 글을 쓰고 합평합니다. <타로 상담>은 예약이 들어오면 진행합니다. 집단 상담도 진행하는데 연말 전으로 계획되어 있어요. 자세한 정보는 SNS를 참고해 주세요!





살롱드마고의 이런 다양한 작당을 통해 지역에서 페미니즘의 저변을 확대하고 안전한 공동체를 만들어 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실제 지역에서 반응은 어떤가요? 어떤 분들이 주로 찾아주시나요?

사실 글쓰기 모임을 진행할 때 페미니즘 글쓰기라고 한정 짓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여성분들이 주로 참여 신청을 해주십니다. 배움에 대한, 그리고 말하기와 성장에 대한 여성의 욕구를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자연스레 그들의 경험과 느낌을 말하게 되고 그럼 그 안에서 페미니즘적 문제의식이 자라나는 거 같아요. 기억에 남는 후기로는 <고요한 해방>이라는 글쓰기 모임의 참여자분이 해주셨던 이야기가 있는데요. “처음 페미니즘 문학을 접하고 나서 (새로운 언어에) 많이 놀랐고, 모임을 계속할 수 있을까 고민도 들었지만, 더 이상 나를 함부로 대하지 않고 살겠다.”는 후기를 써주셨어요. 글을 쓰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맞춰주려 애쓴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고, 좀 더 주체적이고 적극적으로 자신을 드러내며 살고 싶다는 이야기를 남겨주셔서 저에게도 힘이 되었던 후기였어요.

가장 가슴이 찡해지는 순간은 참여자가 모임을 통해 자신의 취약함을 드러낼 때라고 생각해요. 자신이 평생 가지고 있었지만 말할 수 없었던 비밀일 수도, 수치스러운 일일 수도, 소외감을 느꼈던 것일 수도 있는데, 그런 마음을 말이나 글로 나눌 때 대단히 감동적이고, 다른 사람에게도 그 에너지가 전해집니다. 그럴 때 비로소 안전한 공간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글을 좋아하냐고 물으면 요즘은 ‘읽으면 용기가 생기는, 용기가 묻어있는 글’이 좋아요. 참여자들의 글이 그래요.


아직 살롱드마고에 한 번도 온 적 없는, 지역에서 함께 살아가는 동료 시민에게 하고 싶은 한마디가 있다면?

저는 개인적으로 다른 지역을 여행할 때 책방에 자주 갑니다. 작은 책방은 다 다른 색으로 느껴지거든요. 책방에 있는 시간 자체가 나에게 집중해서 나와 다정하게 보내는 시간이랄까. 책을 구경하고, 책장을 펼쳐서 어떤 문장을 보고, 서가를 거니는 것만으로도 충만해지는 느낌이 들어요. 살롱드마고는 2층에 있고, 철문으로 되어 있어 일반적인 상점과는 다른 느낌이 듭니다. 문을 열고 들어오면 마치 다른 세계에 온 것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작게는 테이블부터 조명으로 달린 샹들리에까지 저희가 직접 만들고, 색칠한 이야기가 숨어있습니다. 그냥 마실 나설 때 편하게 들리시고, 좋은 책을 발견하는 기쁨을 누리시길 바랍니다. 




위치  | 남원시 시청북로 17 2층
오픈  | 11:00 ~ 17:00 / 목, 금, 토 영업
연락처  | Tel. 070-7797-3800 / IG. @salon_mago




글 쓴 사람. 상이

에코페미니스트 농부들의 에세이 <벗자편지> 저자. 자급과 자유를 위해 오늘도 애씁니다.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의
지역 밀착형 유기농 매거진
< Asak! 아삭 >

 Coming Soon 2024.01


Goal!

🎯 우리가 아는 지리산권을 말하기
🎯 기웃거리고 싶은 마음 만들기
🎯 활동의 연결지점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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