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군[아삭!] 장래 희망은 구례 사람들과 ‘풀처럼 얽히는’ 책방 _ 구례읍 독립서점 <봉서리책방>

지리산이음
2023-12-29

장래 희망은 구례 사람들과 ‘풀처럼 얽히는’ 책방

구례읍 독립서점 <봉서리책방> 장승준 대표


글, 사진 / 조아라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별 건 없습니다. 한 50년 중반을 향해 살다 보니까요. 자기를 잘 알고요. 젊었을 때는 내가 왜 능력을 끌어올리지 못하는가에 대해서 굉장히 속상해했는데 이제는 제가 능력이 부족한 것에 대해서 별로 속상하지 않아요. 그런 사람이고요. 나이 먹어도 계속 오래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싫증 안 나는 게 책인 것 같아서 책방을 아무 생각 없이 시작한 사람입니다.



그러면은 책을 원래 좋아하셨었어요?

많이 읽은 건 아니지만 좋아는 해요. 어릴 때부터 좋아는 했고 하던 일 관두고 책방 하려고 도서관에서 며칠 정도 있었을 때도 항상 설레는 건 있었어요. 누가 그러던데 도서관에 있다 보면 나보다 똑똑하고 고민 많이 한 사람들이 책꽂이에 나를 위해서 꽂혀 있다고요. 물론 형편없는 책도 있지만 재밌죠. 그래서 싫증은 안 나요. 싫증은 안 나고 그래서 좋습니다.  



항상 설레는 건 있었다고 하셨는데, 책이 너무 좋아서 설레신 것인가요?

예. 그래서 지금도 안 보던 책들 읽는 것도 재밌지만, 어떤 게 되게 재밌냐면 솔직히 이런 조그마한 책방들은 인터넷 서점들하고 너무 허덕이면서 싸워 나가잖아요. 정말 짜릿하게 재밌는 게 어떤 분이 ‘이 책을 어떻게 좀 구할 수 없을까요’라고 물어보는 때가 있어요. 인터넷 서점이나 시중에서는 절판된 책인데, 구할 확률은 10퍼센트 20퍼센트도 안 되지만 그런 책을 수소문해서 구했을 때 엄청난 희열이 있어요. 물론 택배비하고 뭐하고 하면 수익은 많이 안 나지만 왠지 모르게 인터넷 서점한테 정신승리한 기분이 들어서 재밌고 좋아요. 막 사냥꾼이 큰 사냥을 한 것 같은 느낌도 들고 그런 거죠. 책은 많이 안 읽어도 책을 좋아하니까 가능한 일이죠.





책방은 옛날부터 꿈이었나요?

원래 꿈이었어요. 예전에 지리산이나 국립공원에 관련된 일을 했다가 그다음으로는 순천에서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일을 했었는데 지금까지 해온 일 중에 가장 정직한 일이었던 것 같아요. 내 밑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은 나중에 혼자 공부할 수 있을 정도로 가르치자는 마음으로 했었는데 그게 재밌었어요. 그러다 그것도 시간이 지나면서 잘 안되니까 더 혼자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서점을 할 마음을 먹게 된 것 같아요. 서점을 하면 직접 소통하는 게 아니라 서점에 오신 분들하고 책이라는 걸 매개로 소통할 수 있으니까 훨씬 더 즐겁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책이라는 것은 워낙 다양하고 책에 대해서는 사람들도 훨씬 너그럽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운영이 나쁘지는 않았어요. 근데 하면 할수록 어려워는지죠. 무슨 책을 들여놔야 하나. 여기 오시는 분들의 취향에 맞는 책을 고르기 위해서 많이 고민합니다.





<봉서리책방>이 구례에서 어떤 곳이었으면 하시나요?

그 지역에 있는 사람들에게 ‘우리 공동체에 이런 책방 하나는 있어야지’라고 인정받으면 오래 살아남는 책방이 되는 거고, 그거 인정 못 받으면 관광객이 아무리 와도 아무리 뻔쩍뻔쩍하고 좋은 굿즈가 있어도 오래 못 가는 것 같더라고요. 구례에 사는 분들하고 이렇게 인연이 생기고 그분들하고 이야기하는 시간이 늘어나는 게 되게 뿌듯해요. 저는 우연을 믿어요. 이렇게 한 1년 넘게 하다 보니까 이리저리 사람들도 보게 되고 그러다 보면 책 얘기도 하게 되고 사람들하고 조금씩 풀이 나는 것처럼 된다고 그럴까요. 그런 것들을 느껴서 한번 조금 더 버텨봐야 하겠다고 생각하곤 하죠. 제가 여기서 길게 하려면 구례 사람들한테 저 책방은 내가 책을 주문할 때든, 책에 관련된 무슨 일을 할 때 이용해 볼 만한 곳이라고 그렇게 인식되었으면 해요.



10년 뒤에도 <봉서리책방>을 계속하고 계셨으면 좋겠네요.

머리 허해지고 배도 좀 나오고 그때도 구례에서 할 수 있었으면, 그리고 그때는 가족을 데리고 구례에서 살고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들어요. 제가 60살이 넘고 70살이 넘어서도 책방을 하고 살아남는다고 하면, 그때는 제가 나이 먹으면서 이 공간이 점점 더 소중해질 거 같아요. 여기에 있는 사람들하고 더 풀들처럼 얽힐 거니까 책방과 제가 오래 함께할수록 이 책방이 저한테 큰 도움이 되고 위로가 되고 그러지 않을까요. 그래서 저는 항상 언제나 ‘생존 모드’로 오래 책방을 운영하고 싶고 오래가면 갈수록 나한테는 여러모로 좋다, 그런 생각을 하죠. 여기서 책으로 살아남을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위치  |  구례군 구례읍 봉서산정길 61-3
오픈  |  11:00~19:00 / 월 휴무 (일요일 22시까지 심야독서)
연락처  |  IG. @bongsuri_bookshop






글 쓴 사람. 조아라

산과 자연을 좋아라하는 조아라입니다. 화엄사 입구에서 <올모스트데어>라는 공간을 운영하고 있어요. 놀러 오세요.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의
지역 밀착형 유기농 매거진
< Asak! 아삭 >

 Coming Soon 2024.01


Goal!

🎯 우리가 아는 지리산권을 말하기
🎯 기웃거리고 싶은 마음 만들기
🎯 활동의 연결지점 만들기




아삭은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에서 제작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