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이도 살(生) 수 있는 장, 두루다살림장
구례읍 봉서리 느긋한쌀빵 앞마당에서 열리는 <두루다살림장>
글 / 이채연
사진 / 두루다살림장
여는 날 | 매월 첫째, 셋째주 토요일 / 인스타그램 참고(@all_well_living_market)
위치 | 구례읍 봉서산정길 61-8 앞마당
광주에서 대학에 다니고 있는 내가 구례 직거래 장터인 <두루다살림장>에 정기적으로 방문한 지는 벌써 2년이 되어간다. 처음 방문하기 시작한 이유는 단순했다. <두루다살림장>을 운영하는 어머니를 도와드리기 위해서, 그리고 홍보 포스터를 제작하고 있었기에 홍보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기 위해서라는 다소 딱딱한 이유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 이유가 조금 달라졌다. 격주 토요일마다 열리는 <두루다살림장>에 들르기 위해 나는 광주에서 구례로 시외버스를 타고 간다. 버스 창문으로 보이는 풍경은 회색빛 도시로 시작해서 점점 건물의 높이가 낮아지고 푸른 산과 탁 트인 논이 펼쳐진다. 도착한 곳에서는 <두루다살림장>이 늘 그 자리 그대로 나를 반겨준다.
<두루다살림장>은 환경을 파괴하지 않고, 건강한 먹거리를 지역에서 소비하며 상생하고 싶다는 바람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장이다. 운영자들은 자발적으로 지역 소농들과 연락해서 판매할 농산물을 모으고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카카오톡방과 인스타그램을 운영한다. 기다릴 사람들을 위해 꼬박꼬박 열리는 <두루다살림장>은 이러한 운영자들의 자원 활동 없이는 운영이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같은 자리 비슷한 시간에 항상 열리는 <두루다살림장>이지만 매번 방문할 때마다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은 달라진다. 늘 방문하는 낯익은 이웃과, 소문을 듣고 찾아온 새로운 사람들이 어우러진다. 제철 과일과 채소, 야외 공연과 전시, 지역 주민들이 만드는 프로그램은 계절에 따라, 분위기에 따라 항상 바뀌곤 한다.
입추를 맞이하여 열린 <두루다살림장>은 입추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34도의 폭염이 이어졌다. 더운 날씨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못 올 거라고 예상한 것과 다르게 꽤 많은 사람이 찾아왔다. <두루다살림장>을 다녀간 사람들은 다양하다. 외국인 가족, 유치원생과 초등학생 아이들을 데리고 온 엄마들, 동네 아저씨, 동네 할머니, 저번에 사 먹었던 떡볶이가 맛있었다며 찾아온 사람 등등. 장에 들르지는 않아도 지나가면서 인사말을 던지는 동네 주민들도 있다. 입추 <두루다살림장>의 품목은 꽤 풍성했다. 제철 농산물로는 곡성 복숭아, 옥수수가 나왔고 주민들이 만든 텃밭 피클, 페스토, 자연 꿀, 천년초, 그래놀라, 질경이 연고를 구매할 수 있었으며, 음식으로는 막걸리, 떡볶이, 후무스 샌드위치가 있었다.
<두루다살림장>은 <느긋한쌀빵>이라는 쌀빵집 앞마당에서 열린다. 쌀빵집에서 나오는 쑥 콩 크럼블, 산수유 쿠키, 현미 치아바타도 살 수 있다. 입추의 프로그램은 코바늘뜨기와 수 놓기 클래스였는데 펼쳐놓은 돗자리에 앉아서 바느질을 배울 수 있도록 마련되어 있었다. 평소에 손재주가 좋지 못한 편이라서 바느질에 대한 약간의 거부감이 있었는데 일단 바느질 선생님이 계시니까 도전해 보았다. 천 위에 도안을 그리고 도안에 맞추어 한 땀 한 땀 수를 놓기 시작하니까 재미가 붙었다. 뜨겁고 환한 여름을 온전히 즐기면서 야외에서 바느질한다는 것은 쉽게 경험해 볼 수 없는 신선한 일이었다.
그 외에 구경거리도 제법 있었다. 용방초등학교 아이들이 직접 만든 질경이 연고를 가지고 나와서 팔았다. <두루다살림장>에는 항상 아이들이 함께한다. <두루다살림장>에 설치한 인디언 텐트에 들어가서 동화책을 읽으며 놀기도 하고 인형을 가지고 나와 팔기도 한다. 아이들이 돌아다니며 질경이 연고를 사라고 외치는 장면이 퍽 정겨웠다. 질경이 연고에는 삐뚤빼뚤한 글씨로 “연고 좋아 사가~”라고 적혀있다. 구매해서 모기 물릴 때마다 발라주고 있는데 효과가 아주 좋다.
저번 장에서는 파란색 미니 가방도 샀다. 손으로 직접 뜬 아주 예쁜 가방이었는데도 가격이 꽤 저렴했다. 손수 만든 흔하지 않은 좋은 물건을 저렴하게 구매할 기회가 많다. 또는 공짜로 물건을 얻을 수도 있다. 이번 장에는 복숭아 셀러가 파지 복숭아를 한 상자 가져다 놓으셔서 셀러들과 방문객이 사이좋게 나눠 먹었다. 파지라고 하긴 했지만, 파는 복숭아와 맛이 다를 바 없이 좋았다. 떡볶이가 순식간에 다 팔려서 먹을 기회를 놓쳤는데 먹고 싶다고 말씀드리자 바로 다시 끓여주시고 남은 것도 다 같이 나눠 먹었다. <두루다살림장>은 소수점까지 정확한 가격 계산이나 비닐 포장된 통일된 상품들과는 거리가 멀다. 갓 수확한 신선한 농산물과 조금이라도 더 얹어주려는 셀러이자 이웃들의 얼굴과 해맑게 뛰어노는 아이들이 있는 곳이 <두루다살림장>이다.
<두루다살림장>을 만들고 현재 운영하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장을 만들게 된 계기를 묻자, 어머니는 옆 동네에서 생산되는 수박이 유통 과정을 거치며 이동하고 가격이 비싸지는 것을 보고 직접 직거래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시작했다고 하셨다. 처음에는 소농 몇 명과 이야기해서 몇 가지의 품목만 직거래를 시작했고 <느긋한쌀빵>이 생기면서 그곳을 거점으로 많은 사람이 자유롭게 물건을 내놓고 사 갈 수 있는 커뮤니티를 형성했다.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두루다살림장> 카카오톡방도 개설했는데 처음에는 여섯 명으로 작게 시작했으나 지역 농산물 직거래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초대하기 시작하면서 현재는 140여 명이 모인 커뮤니티가 되었다. 카카오톡방에서는 직거래뿐만 아니라 지역 행사 정보, 꿀팁들, 강아지 분양, 방 구하기 같은 이웃들끼리의 소소하면서도 유익한 대화도 오간다.
초창기 <두루다살림장>은 물건을 돈을 받고 판매하기보다는 자신의 물건을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고 한다. 모종이나 텃밭 작물을 가져와서 조금씩 나누고 물물교환도 했다. 나름의 재미는 있었지만 많은 사람이 모이기는 어려운 구조였다. 현재는 중간 수수료를 받지 않는 직거래 형태로 운영되며 소비자들은 지역 소농들의 좋은 물건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고 덤으로 탄소 배출도 줄일 수 있다. 또한 장을 더 활성화하기 위해서 다양한 이벤트를 고안해 냈다. 지원금으로 만든 장보기 쿠폰을 셀러와 소비자들에게 나누어주고 지역 가수를 초청하고 책 전시도 열었다. 지역 문화교류와 교육의 장이 되고 싶다는 바램도 담아서 북 포스터 만들기 대회, 책 속 등장인물 코스프레 이벤트 같은 재미있는 행사를 열기 시작하면서 꽤 많은 사람이 재미를 느끼고 모였다. 이벤트를 연 이후로 고정적으로 방문하는 사람들의 수가 늘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두루다살림장>은 단순히 농산물 직거래만 이루어지는 장이 아니다. 집에 있는 안 쓰는 물건을 가지고 나오고, 같이 읽고 싶은 책을 들고나오고, 누구나 셀러가 될 수 있고 가수가 될 수 있는, 나를 표현할 수 있고 반가운 이웃과 어울릴 수 있고 늘 재미있고 새로운 일들이 가득한 장이다. <두루다살림장>이 언젠가 이루고 싶은 목표는 자급자족이다. 구례의 텃밭 작물과 직접 만든 음식을 가지고 나와 다른 사람과 바꾸어 먹고, 수공예품과 핸드메이드 물품으로 바꾸기도 하면서, 돈이 없는 사람도 행복하게 장을 볼 수 있는, 아이, 청소년, 여성, 장애인과 같은 소수자들이 중심이 되어서 존중받고 즐길 수 있는 그런 곳이 될 수 있기를 <두루다살림장>은 바란다.
광주로 다시 돌아가는 버스를 타고 가면 <두루다살림장>에서 보았던 장면들이 떠오른다. 부드러운 능선 아래 위치한 작고 아늑한 빵집, 흰 천막과 노란 알전구 아래 옹기종기 모인 아이들과 어른들. 어른들은 쭈그리고 앉아 짐짓 심각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아이들은 돗자리 위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논다. 물건을 구경하는 사람, 물건보다는 이야기 나누는 게 우선인 사람, 얌전히 앉아서 주인을 기다리는 강아지, 떡볶이가 완성되면 환호하는 사람들, 내가 오면 반겨주고 오지 않으면 나의 안부를 물어주시는 고마운 이웃분들이 너무나 아름다운 구례의 여름과 어우러져 눈에 선하다. 바쁘고 삭막한 도시에서 잠깐 벗어나 여유와 미소가 넘치고 척박한 자본의 원리가 통하지 않는 곳을 찾고 있다면 그곳이 바로 <두루다살림장>일 것이다.
글 쓴 사람. 이채연
책과 자연을 사랑하고 글 쓰는 것을 좋아하는 대학생. 구례 집에서 뒹굴거리는 것도 좋아합니다.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의
지역 밀착형 유기농 매거진
< Asak! 아삭 >
Coming Soon 2024.01
Goal!
🎯 우리가 아는 지리산권을 말하기
🎯 기웃거리고 싶은 마음 만들기
🎯 활동의 연결지점 만들기
돈 없이도 살(生) 수 있는 장, 두루다살림장
구례읍 봉서리 느긋한쌀빵 앞마당에서 열리는 <두루다살림장>
글 / 이채연
사진 / 두루다살림장
여는 날 | 매월 첫째, 셋째주 토요일 / 인스타그램 참고(@all_well_living_market)
위치 | 구례읍 봉서산정길 61-8 앞마당
광주에서 대학에 다니고 있는 내가 구례 직거래 장터인 <두루다살림장>에 정기적으로 방문한 지는 벌써 2년이 되어간다. 처음 방문하기 시작한 이유는 단순했다. <두루다살림장>을 운영하는 어머니를 도와드리기 위해서, 그리고 홍보 포스터를 제작하고 있었기에 홍보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기 위해서라는 다소 딱딱한 이유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 이유가 조금 달라졌다. 격주 토요일마다 열리는 <두루다살림장>에 들르기 위해 나는 광주에서 구례로 시외버스를 타고 간다. 버스 창문으로 보이는 풍경은 회색빛 도시로 시작해서 점점 건물의 높이가 낮아지고 푸른 산과 탁 트인 논이 펼쳐진다. 도착한 곳에서는 <두루다살림장>이 늘 그 자리 그대로 나를 반겨준다.
<두루다살림장>은 환경을 파괴하지 않고, 건강한 먹거리를 지역에서 소비하며 상생하고 싶다는 바람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장이다. 운영자들은 자발적으로 지역 소농들과 연락해서 판매할 농산물을 모으고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카카오톡방과 인스타그램을 운영한다. 기다릴 사람들을 위해 꼬박꼬박 열리는 <두루다살림장>은 이러한 운영자들의 자원 활동 없이는 운영이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같은 자리 비슷한 시간에 항상 열리는 <두루다살림장>이지만 매번 방문할 때마다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은 달라진다. 늘 방문하는 낯익은 이웃과, 소문을 듣고 찾아온 새로운 사람들이 어우러진다. 제철 과일과 채소, 야외 공연과 전시, 지역 주민들이 만드는 프로그램은 계절에 따라, 분위기에 따라 항상 바뀌곤 한다.
입추를 맞이하여 열린 <두루다살림장>은 입추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34도의 폭염이 이어졌다. 더운 날씨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못 올 거라고 예상한 것과 다르게 꽤 많은 사람이 찾아왔다. <두루다살림장>을 다녀간 사람들은 다양하다. 외국인 가족, 유치원생과 초등학생 아이들을 데리고 온 엄마들, 동네 아저씨, 동네 할머니, 저번에 사 먹었던 떡볶이가 맛있었다며 찾아온 사람 등등. 장에 들르지는 않아도 지나가면서 인사말을 던지는 동네 주민들도 있다. 입추 <두루다살림장>의 품목은 꽤 풍성했다. 제철 농산물로는 곡성 복숭아, 옥수수가 나왔고 주민들이 만든 텃밭 피클, 페스토, 자연 꿀, 천년초, 그래놀라, 질경이 연고를 구매할 수 있었으며, 음식으로는 막걸리, 떡볶이, 후무스 샌드위치가 있었다.
<두루다살림장>은 <느긋한쌀빵>이라는 쌀빵집 앞마당에서 열린다. 쌀빵집에서 나오는 쑥 콩 크럼블, 산수유 쿠키, 현미 치아바타도 살 수 있다. 입추의 프로그램은 코바늘뜨기와 수 놓기 클래스였는데 펼쳐놓은 돗자리에 앉아서 바느질을 배울 수 있도록 마련되어 있었다. 평소에 손재주가 좋지 못한 편이라서 바느질에 대한 약간의 거부감이 있었는데 일단 바느질 선생님이 계시니까 도전해 보았다. 천 위에 도안을 그리고 도안에 맞추어 한 땀 한 땀 수를 놓기 시작하니까 재미가 붙었다. 뜨겁고 환한 여름을 온전히 즐기면서 야외에서 바느질한다는 것은 쉽게 경험해 볼 수 없는 신선한 일이었다.
그 외에 구경거리도 제법 있었다. 용방초등학교 아이들이 직접 만든 질경이 연고를 가지고 나와서 팔았다. <두루다살림장>에는 항상 아이들이 함께한다. <두루다살림장>에 설치한 인디언 텐트에 들어가서 동화책을 읽으며 놀기도 하고 인형을 가지고 나와 팔기도 한다. 아이들이 돌아다니며 질경이 연고를 사라고 외치는 장면이 퍽 정겨웠다. 질경이 연고에는 삐뚤빼뚤한 글씨로 “연고 좋아 사가~”라고 적혀있다. 구매해서 모기 물릴 때마다 발라주고 있는데 효과가 아주 좋다.
저번 장에서는 파란색 미니 가방도 샀다. 손으로 직접 뜬 아주 예쁜 가방이었는데도 가격이 꽤 저렴했다. 손수 만든 흔하지 않은 좋은 물건을 저렴하게 구매할 기회가 많다. 또는 공짜로 물건을 얻을 수도 있다. 이번 장에는 복숭아 셀러가 파지 복숭아를 한 상자 가져다 놓으셔서 셀러들과 방문객이 사이좋게 나눠 먹었다. 파지라고 하긴 했지만, 파는 복숭아와 맛이 다를 바 없이 좋았다. 떡볶이가 순식간에 다 팔려서 먹을 기회를 놓쳤는데 먹고 싶다고 말씀드리자 바로 다시 끓여주시고 남은 것도 다 같이 나눠 먹었다. <두루다살림장>은 소수점까지 정확한 가격 계산이나 비닐 포장된 통일된 상품들과는 거리가 멀다. 갓 수확한 신선한 농산물과 조금이라도 더 얹어주려는 셀러이자 이웃들의 얼굴과 해맑게 뛰어노는 아이들이 있는 곳이 <두루다살림장>이다.
<두루다살림장>을 만들고 현재 운영하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장을 만들게 된 계기를 묻자, 어머니는 옆 동네에서 생산되는 수박이 유통 과정을 거치며 이동하고 가격이 비싸지는 것을 보고 직접 직거래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시작했다고 하셨다. 처음에는 소농 몇 명과 이야기해서 몇 가지의 품목만 직거래를 시작했고 <느긋한쌀빵>이 생기면서 그곳을 거점으로 많은 사람이 자유롭게 물건을 내놓고 사 갈 수 있는 커뮤니티를 형성했다.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두루다살림장> 카카오톡방도 개설했는데 처음에는 여섯 명으로 작게 시작했으나 지역 농산물 직거래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초대하기 시작하면서 현재는 140여 명이 모인 커뮤니티가 되었다. 카카오톡방에서는 직거래뿐만 아니라 지역 행사 정보, 꿀팁들, 강아지 분양, 방 구하기 같은 이웃들끼리의 소소하면서도 유익한 대화도 오간다.
초창기 <두루다살림장>은 물건을 돈을 받고 판매하기보다는 자신의 물건을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고 한다. 모종이나 텃밭 작물을 가져와서 조금씩 나누고 물물교환도 했다. 나름의 재미는 있었지만 많은 사람이 모이기는 어려운 구조였다. 현재는 중간 수수료를 받지 않는 직거래 형태로 운영되며 소비자들은 지역 소농들의 좋은 물건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고 덤으로 탄소 배출도 줄일 수 있다. 또한 장을 더 활성화하기 위해서 다양한 이벤트를 고안해 냈다. 지원금으로 만든 장보기 쿠폰을 셀러와 소비자들에게 나누어주고 지역 가수를 초청하고 책 전시도 열었다. 지역 문화교류와 교육의 장이 되고 싶다는 바램도 담아서 북 포스터 만들기 대회, 책 속 등장인물 코스프레 이벤트 같은 재미있는 행사를 열기 시작하면서 꽤 많은 사람이 재미를 느끼고 모였다. 이벤트를 연 이후로 고정적으로 방문하는 사람들의 수가 늘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두루다살림장>은 단순히 농산물 직거래만 이루어지는 장이 아니다. 집에 있는 안 쓰는 물건을 가지고 나오고, 같이 읽고 싶은 책을 들고나오고, 누구나 셀러가 될 수 있고 가수가 될 수 있는, 나를 표현할 수 있고 반가운 이웃과 어울릴 수 있고 늘 재미있고 새로운 일들이 가득한 장이다. <두루다살림장>이 언젠가 이루고 싶은 목표는 자급자족이다. 구례의 텃밭 작물과 직접 만든 음식을 가지고 나와 다른 사람과 바꾸어 먹고, 수공예품과 핸드메이드 물품으로 바꾸기도 하면서, 돈이 없는 사람도 행복하게 장을 볼 수 있는, 아이, 청소년, 여성, 장애인과 같은 소수자들이 중심이 되어서 존중받고 즐길 수 있는 그런 곳이 될 수 있기를 <두루다살림장>은 바란다.
광주로 다시 돌아가는 버스를 타고 가면 <두루다살림장>에서 보았던 장면들이 떠오른다. 부드러운 능선 아래 위치한 작고 아늑한 빵집, 흰 천막과 노란 알전구 아래 옹기종기 모인 아이들과 어른들. 어른들은 쭈그리고 앉아 짐짓 심각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아이들은 돗자리 위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논다. 물건을 구경하는 사람, 물건보다는 이야기 나누는 게 우선인 사람, 얌전히 앉아서 주인을 기다리는 강아지, 떡볶이가 완성되면 환호하는 사람들, 내가 오면 반겨주고 오지 않으면 나의 안부를 물어주시는 고마운 이웃분들이 너무나 아름다운 구례의 여름과 어우러져 눈에 선하다. 바쁘고 삭막한 도시에서 잠깐 벗어나 여유와 미소가 넘치고 척박한 자본의 원리가 통하지 않는 곳을 찾고 있다면 그곳이 바로 <두루다살림장>일 것이다.
글 쓴 사람. 이채연
책과 자연을 사랑하고 글 쓰는 것을 좋아하는 대학생. 구례 집에서 뒹굴거리는 것도 좋아합니다.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의
지역 밀착형 유기농 매거진
< Asak! 아삭 >
Coming Soon 2024.01
Goal!
🎯 우리가 아는 지리산권을 말하기
🎯 기웃거리고 싶은 마음 만들기
🎯 활동의 연결지점 만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