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버킷리스트, 동네책방 시소
하동읍 <동네책방 시소> 대표 초록나무
글, 사진 / 잎싹
책을 매개로 하동을 알리는 사람
<동네책방 시소>는 독립서점이다. 시소의 주인장은 본인을 정 많고, 철없고, 우유부단하지만 ‘책을 매개로 하동을 알리는 평범한 아줌마’라고 했다. 하동 토박이인 그녀가 하동을 떠나본 건 대학교 때와 신혼 때뿐이다. 나는 ‘이 사람은 정말 하동을 사랑하는구나’ 하고 감탄할 때가 많았다. 그녀는 꽤 많은 시간을 들여 하동과 관련된 자료를 모으고 기록하고 공유했다. 아버지 영향이라고 했다. 그녀의 아버지는 평생 한 번도 하동을 떠나본 적이 없는 지고지순한 애향심을 가진 분이었다. 하동을 떠나 타지에서 대학 생활을 하고 있을 때 곧잘 보내신 편지 속에는 늘 아버지의 하동 사랑이 묻어있었다. 그 사랑이 그대로 그녀를 물들였다. <동네책방 시소>에 가면 그녀를 통해 그녀가 사랑하는 하동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그래서 그녀는 ‘책을 매개로 하동을 알리는 사람’이라고 본인을 소개한다.
큰 나무처럼 선선한 그늘을 만드는 하동 사랑
‘초록나무’, <동네책방 시소>의 주인장 닉네임이다. 태몽도 나무였다. 초록나무가 나무를 좋아하게 된 건 집 가까이 있는 소나무숲 송림공원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자주 그곳을 찾았다. 그곳은 그녀에게 좋은 놀이터였고 안식처였다. <동네책방 시소>를 운영하기 전에 초록나무는 <사단법인 숲길>에서 근무했다. 본인의 업무가 아니었음에도 지리산 둘레길 동네마다 큰 나무들이 보이면 기록하곤 했다. 그 기록들을 모아 자비를 들여서 [지리산둘레길의 큰나무 이야기]라는 자료집을 만들었다.
그 속에는 지리산둘레길의 큰나무 지도도 들어 있다. 오랜 세월 마을을 지켜온 고마운 나무에 대한 그녀의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담고 싶었단다. 사랑이 없다면 누가 시키지 않은 일에 그토록 정성을 기울일 수 있을까?
2010년, 초록나무는 <하동생태해설사회> 3기 양성교육에 참여했다. 하동에 대해 더 공부하고, 하동을 알리는 일에 일조하고자 했던 그 모든 것은 사랑 때문이었다. 내가 초록나무를 볼 때마다 반짝반짝 빛나는 존재로 느꼈던 건 그녀에게 그런 사랑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여러 번 그녀에게서 우러나는 빛을 보았다. 그건 혼자만 빛나는 게 아니라 모두를 밝게 하는 빛이었다. 초록나무는 난처하고 어색한 분위기를 전환시키는 능력이 탁월했다. 그녀의 존재 자체가 사랑이었기에 그 옆에 있으면 우리는 다 평온하고 행복한 존재가 된다. 그런 그녀가 파킨슨병에 걸린 건 충격이었다. 노인성 질병이라는데, 젊은 사람이 걸리는 건 스트레스가 주요 원인이라는데. 주변을 밝히느라 자기 에너지를 너무 많이 쓴 나머지 주변의 어둠을 제 몸속에 흡수해 버렸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도 그녀는 여전히 빛을 발하며 <동네책방 시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제 <시소>로 들어가 보자.
첫번째 버킷리스트는 조그마한 책방 열기
초록나무는 열 개의 버킷리스트를 간직하고 있었는데, 그 중 첫 번째가 조그마한 동네책방을 운영하는 거였다. 어릴 때부터 책읽기를 좋아했던 그녀에게 책방이라는 공간은 편안한 안식을 취하고 꿈꿀 수 있는 공간이었다. 파킨슨병 진단을 받은 뒤 직장 생활을 접고 생애 처음으로 두 달을 온전히 쉬게 되었다. 그러나 그 두 달은 생애 가장 어두운 시간이었다. 어둠을 밝음으로 전환하는 능력이 탁월한 그녀는 오래전부터 꿈꿔 온 첫 번째 버킷리스트를 떠올렸다. 그러자 다시 꿈꿀 수 있게 되었다. 혼자서는 탈 수 없는, 그래서 꼭 같이 타야 하는 시소. 그녀는 알고 있었다. 세상의 모든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걸. 그러므로 함께 더불어 행복해지는 세상을 꿈꿀 수밖에. <동네책방 시소>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첫 번째 버킷리스트는 모든 일이 그렇게 되도록 예정돼 있었던 것처럼 순조롭게 굴러갔다. 마침 좋은 위치에 빈 공간이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랑스런 초록나무의 주변에는 친구들이 많아 어떤 친구는 간판을 만들어 주고 어떤 친구는 책상을 만들어 주면서 응원했다.
그녀는 선택했다. 짧아도 질 높은 삶을. 살고 싶은 삶을. 책방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약의 강도를 높여야 했다. 한 번 먹으면 다섯 시간을 가던 약효가 이제 세 시간으로 줄었다. 그건 그녀의 선택이었다. 그녀에게 삶이란, 수명을 줄이면서까지 살고 싶은 삶이어야 한다.
초록나무의 두 번째 버킷리스트는 멋진 할머니가 되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는 할머니, 자기 표현을 할 수 있는 살아있는 글쓰기를 지도하는 할머니, 아이들의 멘토가 되는 할머니. <동네책방 시소>에서 할머니가 된 그녀가 아이들에게 책 읽어주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꿈이 이루어진다면 하동에는 그만큼 행복한 아이들이 더 많이 생길 것이다.
걸어다니는 하동 여행안내서
<동네책방 시소>의 첫 번째 손님은 여행 온 신혼부부였다. 참 신기했다. 신혼여행을 하동으로 온 것도, 그리고 하동에 오자마자 책방을 찾았고, 운명처럼 <동네책방 시소>를 발견하고 들어 오게 됐다는 것도. 너무나 감사해서 그들에게 시집을 선물했다. 그런데 정확히 일 년 뒤 또 다른 신혼부부가 신혼여행을 하동으로 왔고, 운명처럼 하동에 오자마자 책방을 찾았고 그러다 <동네책방 시소>를 첫 번째 방문지로 선택했다. 그 부부에게 첫 번째 손님으로 찾아왔던 신혼부부 이야기를 들려줬고 똑같이 시집을 선물했다. <동네책방 시소>를 하면서 가장 많이 만나는 사람이 여행객이 될 줄은 몰랐다. 시소를 다녀간 여행객들이 올린 SNS 게시물을 통해 책방이 조금씩 알려지면서 이제 꽤 많은 여행객이 찾아 오곤 한다. 여행자 중에는 ‘책방투어’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어떤 지역을 여행하면 꼭 그 지역 책방을 투어하고 그곳에서 책을 사서 스탬프를 찍고 간단다. 하동에 <동네책방 시소>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개브리얼 제빈이 <섬에 있는 서점>에서 이야기했다시피 ‘책방이 없는 동네는 동네라 할 수 없지’.
<동네책방 시소>는 동네 사랑방이자 버지니아 울프가 말한 ‘자기만의 방’이고 하동을 알리는 공간이다. <시소>의 주인장은 타지에서 온 손님들에게 ‘하동에 오셨으니 여기는 꼭 가보세요’ 라며 하동 주요 여행지를 추천하곤 한다. 그녀 자체가 걸어 다니는 하동 여행안내서다.
<시소>에서 책을 사면 초록나무가 틈틈이 그린 돌멩이 그림을 선물 받을 수도 있다. 그녀는 손재주가 많다. 어릴 때부터 휘릭휘릭 그림을 그리며 마음을 표현하곤 했다. 맨발 걷기를 하던 중 발에 밟힌 돌멩이를 주워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순간부터 하루에 한 시간 정도는 돌멩이에 그림을 그리며 보낸다. 초록나무를 위해 돌멩이를 가져다주는 사람도 있다. 돌멩이의 생김새에 따라 사람 얼굴이 되기도 하고 어린 왕자가 되기도 하고 자동차가 되기도 하고 돌고래가 되기도 한다. 모두 그녀의 사랑이다.
함께 멋진 할머니가 되는 꿈
그녀는 작년에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의 지원으로 ‘꽃보다 하동 할매’ 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치매가 있는 어머니와 친구들, 91세의 왕언니를 모시고 하동 이곳저곳 나들이를 떠났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사실은 혼자 힘으로 준비하고 있었는데 주변에서 지원사업에 응모해 보라고 소개해 주었다. 지원비 전액을 할머니들을 위해 쓰기 위해 자기 인건비를 챙기지 않았을 뿐 아니라 자료집을 내느라 오히려 자기 돈을 써야 했다. 그러나 행복해하는 할머니들을 보면서 그녀가 더 행복했다. 할머니들과 함께하는 동안 하동 이야기를 더 많이 수집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속담과 마찬가지로 ”한 노인의 죽음은 한 개의 도서관이 사라지는 것이다”라는 아프리카의 속담을 그녀는 잘 안다.
<동네책방 시소>는 그런 곳이다. 지리산 남쪽, 굽이진 섬진강 끝자락, 그리하여 마침내 바다까지 잇닿은 곳, 하동에는 맑은 영혼의 그녀와 <동네책방 시소>가 있다. 이곳을 다녀가면 아름다운 기억 하나 품을 수 있다.
만약 초록나무의 두 번째 버킷리스트, 멋진 할머니가 되는 꿈이 이루어진다면 아마 <동네책방 시소>와 하동은 더 멋진 곳이 돼 있을 거다. 초록나무의 두 번째 버킷리스트는 내 꿈이기도 하다. 할머니가 되어서도 그녀와 함께 호흡하는 것. 그녀의 꿈과 내 꿈을 응원한다.
위치 | 하동군 하동읍 경서대로 111
오픈 | 11:00~19:30 / 일 휴무
연락처 | Tel. 010-5656-2039 / IG. @see.saw111
글 쓴 사람. 잎싹
‘잎싹’이라는 닉네임은 <마당을 나온 암탉>을 읽고 너무 감동해서 쓰기 시작했다. 움트는 새싹 같은 열정과 호기심 간직한 만년 소녀를 꿈꾼다.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의
지역 밀착형 유기농 매거진
< Asak! 아삭 >
Coming Soon 2024.01
Goal!
🎯 우리가 아는 지리산권을 말하기
🎯 기웃거리고 싶은 마음 만들기
🎯 활동의 연결지점 만들기
첫 번째 버킷리스트, 동네책방 시소
하동읍 <동네책방 시소> 대표 초록나무
글, 사진 / 잎싹
책을 매개로 하동을 알리는 사람
<동네책방 시소>는 독립서점이다. 시소의 주인장은 본인을 정 많고, 철없고, 우유부단하지만 ‘책을 매개로 하동을 알리는 평범한 아줌마’라고 했다. 하동 토박이인 그녀가 하동을 떠나본 건 대학교 때와 신혼 때뿐이다. 나는 ‘이 사람은 정말 하동을 사랑하는구나’ 하고 감탄할 때가 많았다. 그녀는 꽤 많은 시간을 들여 하동과 관련된 자료를 모으고 기록하고 공유했다. 아버지 영향이라고 했다. 그녀의 아버지는 평생 한 번도 하동을 떠나본 적이 없는 지고지순한 애향심을 가진 분이었다. 하동을 떠나 타지에서 대학 생활을 하고 있을 때 곧잘 보내신 편지 속에는 늘 아버지의 하동 사랑이 묻어있었다. 그 사랑이 그대로 그녀를 물들였다. <동네책방 시소>에 가면 그녀를 통해 그녀가 사랑하는 하동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그래서 그녀는 ‘책을 매개로 하동을 알리는 사람’이라고 본인을 소개한다.
큰 나무처럼 선선한 그늘을 만드는 하동 사랑
‘초록나무’, <동네책방 시소>의 주인장 닉네임이다. 태몽도 나무였다. 초록나무가 나무를 좋아하게 된 건 집 가까이 있는 소나무숲 송림공원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자주 그곳을 찾았다. 그곳은 그녀에게 좋은 놀이터였고 안식처였다. <동네책방 시소>를 운영하기 전에 초록나무는 <사단법인 숲길>에서 근무했다. 본인의 업무가 아니었음에도 지리산 둘레길 동네마다 큰 나무들이 보이면 기록하곤 했다. 그 기록들을 모아 자비를 들여서 [지리산둘레길의 큰나무 이야기]라는 자료집을 만들었다.
그 속에는 지리산둘레길의 큰나무 지도도 들어 있다. 오랜 세월 마을을 지켜온 고마운 나무에 대한 그녀의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담고 싶었단다. 사랑이 없다면 누가 시키지 않은 일에 그토록 정성을 기울일 수 있을까?
2010년, 초록나무는 <하동생태해설사회> 3기 양성교육에 참여했다. 하동에 대해 더 공부하고, 하동을 알리는 일에 일조하고자 했던 그 모든 것은 사랑 때문이었다. 내가 초록나무를 볼 때마다 반짝반짝 빛나는 존재로 느꼈던 건 그녀에게 그런 사랑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여러 번 그녀에게서 우러나는 빛을 보았다. 그건 혼자만 빛나는 게 아니라 모두를 밝게 하는 빛이었다. 초록나무는 난처하고 어색한 분위기를 전환시키는 능력이 탁월했다. 그녀의 존재 자체가 사랑이었기에 그 옆에 있으면 우리는 다 평온하고 행복한 존재가 된다. 그런 그녀가 파킨슨병에 걸린 건 충격이었다. 노인성 질병이라는데, 젊은 사람이 걸리는 건 스트레스가 주요 원인이라는데. 주변을 밝히느라 자기 에너지를 너무 많이 쓴 나머지 주변의 어둠을 제 몸속에 흡수해 버렸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도 그녀는 여전히 빛을 발하며 <동네책방 시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제 <시소>로 들어가 보자.
첫번째 버킷리스트는 조그마한 책방 열기
초록나무는 열 개의 버킷리스트를 간직하고 있었는데, 그 중 첫 번째가 조그마한 동네책방을 운영하는 거였다. 어릴 때부터 책읽기를 좋아했던 그녀에게 책방이라는 공간은 편안한 안식을 취하고 꿈꿀 수 있는 공간이었다. 파킨슨병 진단을 받은 뒤 직장 생활을 접고 생애 처음으로 두 달을 온전히 쉬게 되었다. 그러나 그 두 달은 생애 가장 어두운 시간이었다. 어둠을 밝음으로 전환하는 능력이 탁월한 그녀는 오래전부터 꿈꿔 온 첫 번째 버킷리스트를 떠올렸다. 그러자 다시 꿈꿀 수 있게 되었다. 혼자서는 탈 수 없는, 그래서 꼭 같이 타야 하는 시소. 그녀는 알고 있었다. 세상의 모든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걸. 그러므로 함께 더불어 행복해지는 세상을 꿈꿀 수밖에. <동네책방 시소>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첫 번째 버킷리스트는 모든 일이 그렇게 되도록 예정돼 있었던 것처럼 순조롭게 굴러갔다. 마침 좋은 위치에 빈 공간이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랑스런 초록나무의 주변에는 친구들이 많아 어떤 친구는 간판을 만들어 주고 어떤 친구는 책상을 만들어 주면서 응원했다.
그녀는 선택했다. 짧아도 질 높은 삶을. 살고 싶은 삶을. 책방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약의 강도를 높여야 했다. 한 번 먹으면 다섯 시간을 가던 약효가 이제 세 시간으로 줄었다. 그건 그녀의 선택이었다. 그녀에게 삶이란, 수명을 줄이면서까지 살고 싶은 삶이어야 한다.
초록나무의 두 번째 버킷리스트는 멋진 할머니가 되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는 할머니, 자기 표현을 할 수 있는 살아있는 글쓰기를 지도하는 할머니, 아이들의 멘토가 되는 할머니. <동네책방 시소>에서 할머니가 된 그녀가 아이들에게 책 읽어주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꿈이 이루어진다면 하동에는 그만큼 행복한 아이들이 더 많이 생길 것이다.
걸어다니는 하동 여행안내서
<동네책방 시소>의 첫 번째 손님은 여행 온 신혼부부였다. 참 신기했다. 신혼여행을 하동으로 온 것도, 그리고 하동에 오자마자 책방을 찾았고, 운명처럼 <동네책방 시소>를 발견하고 들어 오게 됐다는 것도. 너무나 감사해서 그들에게 시집을 선물했다. 그런데 정확히 일 년 뒤 또 다른 신혼부부가 신혼여행을 하동으로 왔고, 운명처럼 하동에 오자마자 책방을 찾았고 그러다 <동네책방 시소>를 첫 번째 방문지로 선택했다. 그 부부에게 첫 번째 손님으로 찾아왔던 신혼부부 이야기를 들려줬고 똑같이 시집을 선물했다. <동네책방 시소>를 하면서 가장 많이 만나는 사람이 여행객이 될 줄은 몰랐다. 시소를 다녀간 여행객들이 올린 SNS 게시물을 통해 책방이 조금씩 알려지면서 이제 꽤 많은 여행객이 찾아 오곤 한다. 여행자 중에는 ‘책방투어’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어떤 지역을 여행하면 꼭 그 지역 책방을 투어하고 그곳에서 책을 사서 스탬프를 찍고 간단다. 하동에 <동네책방 시소>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개브리얼 제빈이 <섬에 있는 서점>에서 이야기했다시피 ‘책방이 없는 동네는 동네라 할 수 없지’.
<동네책방 시소>는 동네 사랑방이자 버지니아 울프가 말한 ‘자기만의 방’이고 하동을 알리는 공간이다. <시소>의 주인장은 타지에서 온 손님들에게 ‘하동에 오셨으니 여기는 꼭 가보세요’ 라며 하동 주요 여행지를 추천하곤 한다. 그녀 자체가 걸어 다니는 하동 여행안내서다.
<시소>에서 책을 사면 초록나무가 틈틈이 그린 돌멩이 그림을 선물 받을 수도 있다. 그녀는 손재주가 많다. 어릴 때부터 휘릭휘릭 그림을 그리며 마음을 표현하곤 했다. 맨발 걷기를 하던 중 발에 밟힌 돌멩이를 주워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순간부터 하루에 한 시간 정도는 돌멩이에 그림을 그리며 보낸다. 초록나무를 위해 돌멩이를 가져다주는 사람도 있다. 돌멩이의 생김새에 따라 사람 얼굴이 되기도 하고 어린 왕자가 되기도 하고 자동차가 되기도 하고 돌고래가 되기도 한다. 모두 그녀의 사랑이다.
함께 멋진 할머니가 되는 꿈
그녀는 작년에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의 지원으로 ‘꽃보다 하동 할매’ 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치매가 있는 어머니와 친구들, 91세의 왕언니를 모시고 하동 이곳저곳 나들이를 떠났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사실은 혼자 힘으로 준비하고 있었는데 주변에서 지원사업에 응모해 보라고 소개해 주었다. 지원비 전액을 할머니들을 위해 쓰기 위해 자기 인건비를 챙기지 않았을 뿐 아니라 자료집을 내느라 오히려 자기 돈을 써야 했다. 그러나 행복해하는 할머니들을 보면서 그녀가 더 행복했다. 할머니들과 함께하는 동안 하동 이야기를 더 많이 수집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속담과 마찬가지로 ”한 노인의 죽음은 한 개의 도서관이 사라지는 것이다”라는 아프리카의 속담을 그녀는 잘 안다.
<동네책방 시소>는 그런 곳이다. 지리산 남쪽, 굽이진 섬진강 끝자락, 그리하여 마침내 바다까지 잇닿은 곳, 하동에는 맑은 영혼의 그녀와 <동네책방 시소>가 있다. 이곳을 다녀가면 아름다운 기억 하나 품을 수 있다.
만약 초록나무의 두 번째 버킷리스트, 멋진 할머니가 되는 꿈이 이루어진다면 아마 <동네책방 시소>와 하동은 더 멋진 곳이 돼 있을 거다. 초록나무의 두 번째 버킷리스트는 내 꿈이기도 하다. 할머니가 되어서도 그녀와 함께 호흡하는 것. 그녀의 꿈과 내 꿈을 응원한다.
위치 | 하동군 하동읍 경서대로 111010-5656-2039 / IG. @see.saw111
오픈 | 11:00~19:30 / 일 휴무
연락처 | Tel.
글 쓴 사람. 잎싹
‘잎싹’이라는 닉네임은 <마당을 나온 암탉>을 읽고 너무 감동해서 쓰기 시작했다. 움트는 새싹 같은 열정과 호기심 간직한 만년 소녀를 꿈꾼다.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의
지역 밀착형 유기농 매거진
< Asak! 아삭 >
Coming Soon 2024.01
Goal!
🎯 우리가 아는 지리산권을 말하기
🎯 기웃거리고 싶은 마음 만들기
🎯 활동의 연결지점 만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