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는 스스로 행하고 서로에게서 배웁니다”
함양읍 <마을활력공간 빈둥> 이은진 매니저
글 / 자야
사진 / 빈둥협동조합
본인 소개를 부탁해요.
겉으로 드러나는 면을 보자면 요즘은 주로 사람들 만나서 안내하는 ‘촉진자(퍼실리테이터)’ 역할을 하고 있어요. 틈틈이 텃밭 농사를 짓고 연주와 노래도 하고요. 또 올해 들어 새로 문을 연 <마을활력공간 빈둥>의 매니저이기도 하죠.
‘마을활력공간’이라는 게 사람들에게 낯설게 들릴 수도 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곳인지 설명해주세요.
말 그대로 마을과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다양한 사람, 활동, 모임 들의 공유공간이에요. 지역에 이런 곳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같이하거나 혹은 개인적으로 자유롭게 사용할 장소를 원하는 이들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고요, 그분들이 내는 회비와 사용료로 다달이 임대료와 공과금을 내면서 공간을 유지하고 있어요.
그러면 매니저는 어떤 역할을 하나요?
일단은 아침저녁으로 문을 여닫는 일을 하죠.(웃음) 이곳을 사용하는 분들에게 필요한 물품이나 간식 같은 것도 틈틈이 채워놓고요. 초반에는 이 공간을 알리고 회원을 모집하는 일을 주로 했다면 지금은 이곳이 오래 지속되려면 뭐가 필요할까, 어떻게 구조를 잘 만들까 고민하는 단계예요. 지역에 이런 사례가 없던 만큼 잘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현재 어떤 모임과 활동 들이 이루어지고 있는지도 궁금해요.
첫째는 지역 내에서 크고 작은 변화를 도모하는 다양한 그룹이 모이는 장소로 사용되고 있어요. 예를 들면 환경 관련 학습 모임인 <반달공>이나 <함양의정참여실천단>, <우리동네가로수를사랑하는모임>, <청소년문화기획단>과 <학부모놀이활력단> 같은 게 대표적이죠. 둘째는 우쿨렐레 동아리나 클라리넷 강습반처럼 사람들이 모여 같이 뭔가를 배우고 즐기는 장소로도 쓰이고요. 또 마을학교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해서, 혹은 사적으로 누구를 만나거나 인터뷰를 하기 위해 예약하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마을활력공간이라는 이름으로 운영된 지가 아직 오래되지 않았기에 스펙트럼이 다양한 편인데요, 일단은 흘러가는 대로 두고 보는 중이에요.
공유공간이면 서로 일정 잡을 때 조정이 필요할 텐데 어떤 방식으로 하나요?
회원 밴드를 통해서 해요. 내가 언제 <빈둥>을 쓰겠다 하면 밴드 달력에 미리 표시를 해놓는 거죠. 그래서 밴드 들어가면 언제 누가 뭘 하는지 한눈에 볼 수 있는데 저한테는 그것도 소소한 재미더라고요.
<빈둥>은 원래 2012년에 카페로 시작했잖아요? 그때도 일반적인 카페와는 뭔가 ‘다른’ 공간으로 상당히 주목을 받았죠.
함양으로 귀촌하고 얼마 후 바로 <빈둥>을 시작했어요. 그냥 만만해서 카페를 시작한 것도 있지만, 그때부터 이곳이 지역 ‘커뮤니티’ 공간으로 쓰이길 바라는 마음이 분명 있기는 했죠. 카페는 카펜데 그 이상의 문화적인 장이 되면 좋겠고, 동네의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 사랑방 같은 곳이면 좋겠다고 생각한 거예요. 그래서 문화공연도 하고 장터도 열고 많은 걸 했지만 그래도 다양한 모임들을 만들어서 해본 게 가장 기억에 남아요. 그때 저는 유명한 강사 없이 주민들끼리 서로 배우는 모임, 여러 세대가 어우러지는 모임을 해보고 싶었거든요. 지역에서 이런 모임을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기도 했고요.
커뮤니티 카페로 쓰이던 <빈둥>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키고자 마을활력공간으로 바꾼 건가요?
그건 아니고요, 이름과 쓰임이 바뀐 것은 상황에 의해 자연스럽게 되어갔다고 봐요. 커뮤니티 공간으로서 <빈둥>이 한창 활성화된 시점을 지나면서 코로나를 맞았잖아요. 그러면서 지역 분위기가 달라진 데다 전에 없던 공간들이 많이 생겨났기 때문에 한때는 <빈둥> 문을 닫을까도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없애자니 뭔가 아쉽더라고요. 이런저런 공간이 생겼다고는 하지만 또 막상 누구나 만만하게 쓸 곳은 없는 것 같고. 그렇다면 민간의 힘으로만 운영되는 자치공간을 한번 만들어 볼까, 해서 현재의 마을활력공간으로 재탄생한 거예요.
공간의 성격은 그걸 만들고 운영하는 사람을 따라가기 마련인데 그런 점에서 은진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 추구하는 것은 무엇인지 듣고 싶어요.
저라는 사람을 설명할 때 보통은 로컬, 자치, 문화, 공간운영, 서로배움, 이 다섯 가지를 꼽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중에서도 가장 밑바탕에 놓이는 건 결국 자치인 거 같아요. 무엇을 매개로 모이든 각자가 스스로 학습하고 행동하는 것, 소비자로서가 아니라 뭔가를 만들어내는 자로 서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죠. 카페를 할 때도 그런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누구 한 사람에게 집중되고 나머지는 따라가는 모임이나 활동은 경계했어요. 그러지 않도록 소소한 장치들을 만드는 게 저의 역할이라고 생각했고요. 빈둥이 자치공간, 공유공간으로 쓰이고 있는 지금도 여전히 저는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좀 더 주도적으로 이곳을 활용할까를 고민하고 있죠.
이곳을 함께 책임질 회원을 모집하는 과정이 힘들진 않았나요?
<빈둥>이 카페로 문을 연 지 10년이 넘었거든요. 지역에서 그 정도 살고 나니까 빈둥이 이렇게 바뀐다, 후원회원 모집하니 함께 해달라, 이런 말을 하는 게 편하더라고요. 같이 보낸 세월이 쌓이고 그 안에서 다져진 관계가 있기에 그런 거겠죠? 결과적으로 지난 4월부터 이제까지 후원회원, 이용회원이 내는 회비로 다달이 공간을 꾸려가고 있고, 올해는 그런 구조를 만들어낸 것에 의미를 두고 있어요.
<빈둥> 매니저로서 회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좀 전에 자치에 관한 이야기를 했는데요, 빈둥 매니저로서도 그게 가장 깊이 고민되는 부분이에요. 저는 누군가 뭔가를 제공해주길 기다리는 대신 회원들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이 공간의 쓰임을 만들어가면 좋겠고, 그걸 동력으로 이곳이 활성화되는 게 최선이라고 보거든요. 이에 대해 회원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들어보고 싶고요, 그래서 2023년 안에 다 같이 얼굴 보는 시간을 마련하려 해요. 여기서 누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서로 확인하고 공간 운영에 관한 아이디어도 모으는 자리가 되길 기대합니다.
위치 | 함양군 함양읍 교산1길 3
오픈 | 별도 문의 (회원 예약제)
연락처 | Tel. 010-7260-0221 / Band. 마을활력공간_빈둥
글 쓴 사람. 자야
성실한 귀차니스트. 시골에서 글쓰고 요가하고 책을 만들며 살아갑니다.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의
지역 밀착형 유기농 매거진
< Asak! 아삭 >
Coming Soon 2024.01
Goal!
🎯 우리가 아는 지리산권을 말하기
🎯 기웃거리고 싶은 마음 만들기
🎯 활동의 연결지점 만들기
“여기서는 스스로 행하고 서로에게서 배웁니다”
함양읍 <마을활력공간 빈둥> 이은진 매니저
글 / 자야
사진 / 빈둥협동조합
본인 소개를 부탁해요.
겉으로 드러나는 면을 보자면 요즘은 주로 사람들 만나서 안내하는 ‘촉진자(퍼실리테이터)’ 역할을 하고 있어요. 틈틈이 텃밭 농사를 짓고 연주와 노래도 하고요. 또 올해 들어 새로 문을 연 <마을활력공간 빈둥>의 매니저이기도 하죠.
‘마을활력공간’이라는 게 사람들에게 낯설게 들릴 수도 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곳인지 설명해주세요.
말 그대로 마을과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다양한 사람, 활동, 모임 들의 공유공간이에요. 지역에 이런 곳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같이하거나 혹은 개인적으로 자유롭게 사용할 장소를 원하는 이들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고요, 그분들이 내는 회비와 사용료로 다달이 임대료와 공과금을 내면서 공간을 유지하고 있어요.
그러면 매니저는 어떤 역할을 하나요?
일단은 아침저녁으로 문을 여닫는 일을 하죠.(웃음) 이곳을 사용하는 분들에게 필요한 물품이나 간식 같은 것도 틈틈이 채워놓고요. 초반에는 이 공간을 알리고 회원을 모집하는 일을 주로 했다면 지금은 이곳이 오래 지속되려면 뭐가 필요할까, 어떻게 구조를 잘 만들까 고민하는 단계예요. 지역에 이런 사례가 없던 만큼 잘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현재 어떤 모임과 활동 들이 이루어지고 있는지도 궁금해요.
첫째는 지역 내에서 크고 작은 변화를 도모하는 다양한 그룹이 모이는 장소로 사용되고 있어요. 예를 들면 환경 관련 학습 모임인 <반달공>이나 <함양의정참여실천단>, <우리동네가로수를사랑하는모임>, <청소년문화기획단>과 <학부모놀이활력단> 같은 게 대표적이죠. 둘째는 우쿨렐레 동아리나 클라리넷 강습반처럼 사람들이 모여 같이 뭔가를 배우고 즐기는 장소로도 쓰이고요. 또 마을학교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해서, 혹은 사적으로 누구를 만나거나 인터뷰를 하기 위해 예약하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마을활력공간이라는 이름으로 운영된 지가 아직 오래되지 않았기에 스펙트럼이 다양한 편인데요, 일단은 흘러가는 대로 두고 보는 중이에요.
공유공간이면 서로 일정 잡을 때 조정이 필요할 텐데 어떤 방식으로 하나요?
회원 밴드를 통해서 해요. 내가 언제 <빈둥>을 쓰겠다 하면 밴드 달력에 미리 표시를 해놓는 거죠. 그래서 밴드 들어가면 언제 누가 뭘 하는지 한눈에 볼 수 있는데 저한테는 그것도 소소한 재미더라고요.
<빈둥>은 원래 2012년에 카페로 시작했잖아요? 그때도 일반적인 카페와는 뭔가 ‘다른’ 공간으로 상당히 주목을 받았죠.
함양으로 귀촌하고 얼마 후 바로 <빈둥>을 시작했어요. 그냥 만만해서 카페를 시작한 것도 있지만, 그때부터 이곳이 지역 ‘커뮤니티’ 공간으로 쓰이길 바라는 마음이 분명 있기는 했죠. 카페는 카펜데 그 이상의 문화적인 장이 되면 좋겠고, 동네의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 사랑방 같은 곳이면 좋겠다고 생각한 거예요. 그래서 문화공연도 하고 장터도 열고 많은 걸 했지만 그래도 다양한 모임들을 만들어서 해본 게 가장 기억에 남아요. 그때 저는 유명한 강사 없이 주민들끼리 서로 배우는 모임, 여러 세대가 어우러지는 모임을 해보고 싶었거든요. 지역에서 이런 모임을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기도 했고요.
커뮤니티 카페로 쓰이던 <빈둥>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키고자 마을활력공간으로 바꾼 건가요?
그건 아니고요, 이름과 쓰임이 바뀐 것은 상황에 의해 자연스럽게 되어갔다고 봐요. 커뮤니티 공간으로서 <빈둥>이 한창 활성화된 시점을 지나면서 코로나를 맞았잖아요. 그러면서 지역 분위기가 달라진 데다 전에 없던 공간들이 많이 생겨났기 때문에 한때는 <빈둥> 문을 닫을까도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없애자니 뭔가 아쉽더라고요. 이런저런 공간이 생겼다고는 하지만 또 막상 누구나 만만하게 쓸 곳은 없는 것 같고. 그렇다면 민간의 힘으로만 운영되는 자치공간을 한번 만들어 볼까, 해서 현재의 마을활력공간으로 재탄생한 거예요.
공간의 성격은 그걸 만들고 운영하는 사람을 따라가기 마련인데 그런 점에서 은진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 추구하는 것은 무엇인지 듣고 싶어요.
저라는 사람을 설명할 때 보통은 로컬, 자치, 문화, 공간운영, 서로배움, 이 다섯 가지를 꼽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중에서도 가장 밑바탕에 놓이는 건 결국 자치인 거 같아요. 무엇을 매개로 모이든 각자가 스스로 학습하고 행동하는 것, 소비자로서가 아니라 뭔가를 만들어내는 자로 서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죠. 카페를 할 때도 그런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누구 한 사람에게 집중되고 나머지는 따라가는 모임이나 활동은 경계했어요. 그러지 않도록 소소한 장치들을 만드는 게 저의 역할이라고 생각했고요. 빈둥이 자치공간, 공유공간으로 쓰이고 있는 지금도 여전히 저는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좀 더 주도적으로 이곳을 활용할까를 고민하고 있죠.
이곳을 함께 책임질 회원을 모집하는 과정이 힘들진 않았나요?
<빈둥>이 카페로 문을 연 지 10년이 넘었거든요. 지역에서 그 정도 살고 나니까 빈둥이 이렇게 바뀐다, 후원회원 모집하니 함께 해달라, 이런 말을 하는 게 편하더라고요. 같이 보낸 세월이 쌓이고 그 안에서 다져진 관계가 있기에 그런 거겠죠? 결과적으로 지난 4월부터 이제까지 후원회원, 이용회원이 내는 회비로 다달이 공간을 꾸려가고 있고, 올해는 그런 구조를 만들어낸 것에 의미를 두고 있어요.
<빈둥> 매니저로서 회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좀 전에 자치에 관한 이야기를 했는데요, 빈둥 매니저로서도 그게 가장 깊이 고민되는 부분이에요. 저는 누군가 뭔가를 제공해주길 기다리는 대신 회원들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이 공간의 쓰임을 만들어가면 좋겠고, 그걸 동력으로 이곳이 활성화되는 게 최선이라고 보거든요. 이에 대해 회원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들어보고 싶고요, 그래서 2023년 안에 다 같이 얼굴 보는 시간을 마련하려 해요. 여기서 누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서로 확인하고 공간 운영에 관한 아이디어도 모으는 자리가 되길 기대합니다.
위치 | 함양군 함양읍 교산1길 3
오픈 | 별도 문의 (회원 예약제)
연락처 | Tel. 010-7260-0221 / Band. 마을활력공간_빈둥
글 쓴 사람. 자야
성실한 귀차니스트. 시골에서 글쓰고 요가하고 책을 만들며 살아갑니다.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의
지역 밀착형 유기농 매거진
< Asak! 아삭 >
Coming Soon 2024.01
Goal!
🎯 우리가 아는 지리산권을 말하기
🎯 기웃거리고 싶은 마음 만들기
🎯 활동의 연결지점 만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