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군[아삭!] 오래 기다려온 ‘문장’과 ‘삶’을 만나는 곳 _함양읍 동네책방 <오후공책>

지리산이음
2024-01-02

오래 기다려온 ‘문장’과 ‘삶’을 만나는 곳

함양읍 동네책방 <오후공책> 정은경 책방지기


글 / 자야
사진 /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





먼저 소개를 부탁해요. 

이곳은 함양읍에 자리한 동네책방 <오후공책>이고요, 저는 책방지기 삼인방 중 한 사람인 정은경이에요. <오후공책>에서 주로 프로그램 기획해서 진행하는 일을 담당하고 있어요. 


문을 연 지 몇 개월 됐으니 이제 단골들도 꽤 생겼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저희가 4월 19일에 정식으로 문을 열었는데 처음 한두 달은 생각보다 훨씬 북적북적했어요. 지금은 흔히들 말하는 ‘오픈빨’이 빠지면서(웃음) 대신 꾸준히 오시는 분들이 생겼죠. 50대 이상의 나이 있으신 분들이 자주 오세요. 그분들의 공통점이라면 귀촌인이라는 거, 그리고 그동안 이런 곳이 생기길 바라왔다는 거예요.


‘이런 곳’이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곳일까요? 여기는 책방이지만 카페이기도 하고 또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하고 있잖아요.

아무래도 지역엔 일상적으로 문화를 즐기고 누릴 수 있는 곳이 부족하니까 그에 대한 갈망이 있는 것 같아요. 편하게 책도 보고 지인들과 차 마시며 이야기도 나누고 또 모르는 사람들과 뭔가를 함께 해볼 수도 있는 그런 데가 도시에는 흔해도 시골엔 드무니까요. 사실은 우리도 그래서 이걸 만든 거예요. 다양한 문화가 살아 숨 쉬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는데? 없다면 우리가 만들어보자! 이렇게 된 거죠. 





그래서 동네 친구들과 협동조합까지 만들어 추진하게 된 거군요.

네. 가까이에 사는 친구들과 정기적으로 만나 독서 모임을 한 게 시작이었어요. 그러다 뜻이 맞아서 <협동조합 오늘>을 만들게 됐죠. 그때 다른 사람들이 ‘꼭 협동조합까지 만들어야 해?’ 하고 물었는데, 저희는 이 공간에 좀 더 사회적인 성격이랄까 공동체성을 부여하고 싶었던 거 같아요. 어떻게 보면 조금 더 어려운 길을 택했다고 볼 수도 있어요. 협동조합을 만들어 유지한다는 게 마음을 많이 내야 하는 일이니까요.


복합적인 문화공간으로서 역할을 하지만 그래도 책방이어서 그런지 책과 관련한 모임이 가장 활발한 것 같아요. 어떤 모임들이 있나요? 

가장 먼저 시작했던 건 ‘북모닝’이라고, 일주일에 한 번씩 아침마다 모여 책 한 권을 함께 읽는 모임이었어요. 처음인 만큼 제가 책을 정하고 사람을 모아서 했는데 얼마 전에 끝났고요, 거기 참여했던 한 분이 환경운동에 관심이 많아서 지금은 그분을 중심으로 ‘환경 책 읽기’ 모임을 하고 있어요. 그리고 ‘책친구’들이 이끌어가는 다양한 책 모임이 돌아가고 있죠. ‘희곡낭독모임’이 있고요, 씨앗 받는 농사를 배워가는 ‘씨앗독서모임’, 또 그림책으로 소통하는 ‘어린이인문학책모임’도 진행 중이에요.


‘책친구’에 대해 좀 더 설명해준다면요?

<오후공책>의 책친구가 되면 본인이 직접 책을 선정해 자율적으로 모임을 꾸려서 운영할 수 있어요. 대신 저희는 사람이 모일 수 있게 홍보를 해주고 모임이 시작되면 책친구에게 책과 음료를 제공하고요. 현재 모임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책친구 1기 모집을 통해 온 분들이에요. 2기 모집은 언제 할지 모르겠지만 원하는 분은 지금이라도 당장 책친구가 될 수 있어요.





책모임 말고도 북토크나 영화제 등 여러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죠?

책방 열고 가장 먼저 했던 게 <노래하는 사람은 행복하다>라는 독립출판물을 발행한 이한나 작가의 북토크였어요. 여름에 진행한 김목인 공연도, 그분이 뮤지션이면서 작가이기도 해서 일종의 북토크처럼 진행했는데요, 두 번 다 참가한 분들의 반응이 무척 좋았죠. 그 외에도 생태환경을 주제로 한 영화나 다큐를 보고 이야기 나누는 ‘환경영화제’를 하고 있고요, ‘수작놀이’라고 해서 지역 안팎의 손작업자들을 모시고 모시 빗자루나 손수건 같은 생활용품을 만드는 프로그램도 기회 닿는 대로 해나가고 있어요. 그리고 저희 셋 다 기후위기와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아서 책방 안에 제로웨이스트숍 코너를 따로 마련해 우유팩이랑 멸균팩, 플라스틱 뚜껑을 모으고 리필 가능한 세제 등도 팔고 있답니다.


외부 강사를 초청해서 뭔가를 하려면 비용이 들 텐데, 그에 대한 부담은 없나요? 

당연히 있죠! (웃음) 강사비가 드는 프로그램은 참가비가 올라갈 수밖에 없는데 지역 정서상 어느 정도 이상은 책정하기 어려운 면이 있더라고요. 그렇다고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계속 일을 벌일 수는 없으니까 이런저런 지원사업을 알아보는 경우가 많아요. 동네책방에서 받을 수 있는 지원사업이 대개는 지원금은 적고 우리가 감당해야 하는 일은 많아서 벅찰 때가 있기도 한데요, 그래도 이 공간에서 뭔가를 해야 사람들이 모이고 그게 결국 공간을 유지하는 가장 좋은 길이라는 걸 아니까 힘들어도 하려고 해요.


얘기를 들어보니 좋아서 하는 일이지만 너무 지치지 않게 균형을 잘 잡아야 할 것 같네요.

맞아요. 다행히 <오후공책>은 셋이 돌아가며 일을 하고 있고 오랫동안 신뢰를 쌓아온 관계라 합이 잘 맞아요. 또 제가 막 아이디어 내서 달리는 스타일이라면 한 사람은 워워 하면서 진정시키는 스타일이고.(웃음) 각자 제 역할을 하면서 서로 보완을 해주니까 뭔가 잘 맞물려서 굴러가는 느낌이에요. 




싱어송라이터 김목인 공연 / 협동조합 오늘 제공



‘나 이거 하길 참 잘했다’ 느껴지는 순간이 있나요? 

그럼요. 일단은 책으로 둘러싸인 공간에 있는 자체가 좋고요, 읽고 싶은 책을 맘껏 지를 수 있으니까.(웃음) 또 사람들이 천천히 공을 들여 책을 고르는 모습을 볼 때라든지, 모임이 진행되는 작은 방에서 자분자분 주고받는 대화와 웃음소리가 흘러나올 때라든지. 


앞으로 이 공간에서 해보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도 궁금해요. 

사람들이 의외로 소설이나 시 같은 순수문학 계열의 책은 잘 안 사거든요. 책 모임에서도 선호하는 분야가 아니고요. 순수문학을 사랑하는 저로서는 그런 게 좀 아쉬워서 언젠가는 뜻 맞는 분들과 순수문학과 관련한 모임이나 활동을 해봐야지, 마음먹고 있어요. 그리고 하나 더 꼽자면 꾸준히 글 쓰는 모임을 정말 만들고 싶어요. 올해 연말에는 낭독회도 꼭 해보고 싶고. 그러고 보니 전 정말 하고 싶은 게 많은 사람이네요! (웃음)






위치  |  함양군 함양읍 한들로 67
오픈  |  10:00~18:00 / 월 휴무 (18:00 이후 모임 공간 활용)
연락처  |  Tel. 0507-1401-7544 / IG. @5whobook





글 쓴 사람. 자야

성실한 귀차니스트. 시골에서 글쓰고 요가하고 책을 만들며 살아갑니다.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의
지역 밀착형 유기농 매거진
< Asak! 아삭 >

 Coming Soon 2024.01


Goal!

🎯 우리가 아는 지리산권을 말하기
🎯 기웃거리고 싶은 마음 만들기
🎯 활동의 연결지점 만들기




아삭은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에서 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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